2주전 CBS의 인기 뉴스프로 ‘60 Minutes’를 보신 분들은 제약회사들이 병의학 연구에 재정적 보조를 하는 주요 목적이 자기회사의 이익추구에 직접 관련이 되는 프로젝트를 옹호하려는데 있다는 것을 너무나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연구비를 더 받으려는 의사들이 본업인 환자보기는 그만두고 고혈압이나 전립선 연구에만 매달리면서 제약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연구결과를 유도하기 위해서 고혈압 환자 아닌 사람을 환자로 둔갑시키고 별의별 조작과 허위와 사기극을 연출하다 연방정부 감사에 적발되는 것을 보여주는 스토리였다.
그런데 연방 보건후생부에서 연구자금 지원을 하는 프로젝트가 수 만개나 되는데 이를 감사해야 하는 조직은 30명도 안되는 인력으로 연구들이 부정없이 계획대로 실시되는지 도저히 제대로 할 일을 못하게 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CBS의 프로그램에 보도된 스토리는 부정을 저지른 의사의 조수로 일하던 여직원이 용감하게 양심선언을 한 덕분에 납세자들의 아까운 세금이 얼마라도 낭비되지 않은 수확을 거둔 셈이다.
미국에서 ‘whistle blower’라고 부르는 이 양심선언을 하는 사람이 우리 한인사회에는 많지가 않다. 물론 경제현실에서 모든 일들이 자로 잰 듯이 이루어질 수는 없고 조그만 타협들은 경제가 굴러가도록 돕기도 해 경제의 윤활유가 된다는 점은 인정하나 관련된 액수들이 엄청나고 납세자들의 세금이 새 나가는 부작용이 있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리 사회에서는 모국 한국어에도 양심선언이라는 용어자체가 군부독재 이전에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는 의리가 중시되었지 남을 지적하는 일은 고자질로, 또 인간적이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어 훌륭한 사람이 될 어린이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로 가르침을 받고 자라왔다. 그래서 전두환 군부독재가 문민정부 시절 심판을 받을 때 끝까지 상관의 잘못까지 덮어쓰고 비호한 장세동이라는 사람이 한 때 의리 있는 남자로 대중인기가 엄청나게 좋았던 기막힌 일도 있었다.
우리가 미국에 살면서 보는 경제정의의 눈으로는 사회가 발전해 나가는데 해가 되는 심한 부조리는 고발하는 양심선언이 더 많아야 한다. 익명의 투서는 절대 바람직하지 못하나 떳떳이 자기 이름을 밝히고 정정당당히 공개리에 부정을 고발하는 것은 장려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경제사회의 어두운 면을 밝은 곳으로 바꾸어 한인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는데 도움이 된다. 어느 정도의 타협과 엄청난 부정을 눈감아주는 것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뉴욕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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