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 2주만에 30만장 이상 판매-수록곡 모두 주목 받는 ‘기현상’까지
"음악프로에서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수 김건모(34)가 요즘 빠져 있는 ‘행복한 고민’이다. 최근 7집 앨범 「Another Days」를 발표한 그는 타이틀곡 ‘미안해요’ 외에 ‘짱가’ ‘와이’ ‘더블’ ‘빗속의 여인’ ‘정’ 등이 한꺼번에 인기를 누려 방송프로에 출연했을 때 어떤 노래를 불러야할지 고민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라디오방송의 음악프로듀서들이 취향에 따라 다른 곡들을 선곡해 틀기 때문에 같은 앨범에 실린 여러 곡이 동시 다발로 전파를 타고 있다"면서 "이전에는 한장의 앨범에서 두 곡만 히트해도 성공한 것으로 쳤는데 이번 앨범은 수록곡 대부분이 주목받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즐거워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그의 7집 앨범은 발매한 지 2주만에 30만장 이상 판매되는 등 빅히트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는 "당초 새 앨범에 12곡을 수록할 생각이었으나 주제의식이 약한 노래들은 과감히 빼고 막판에 9곡만 실었다"면서 "수록곡이 적더라도 알차게 꾸미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복장을 연상시키는 복고적이고 우스꽝스런 모습의 앨범표지 사진을 비롯해 밤무대 삼류가수, 샐러리맨, 군인 등 다양한 인간상을 표현한 앨범 속지 사진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난다. 그는 구매자들이 재킷사진을 보고 웃으면 앨범이 성공할 것으로 봤다면서 코믹한 재킷사진이 판매에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미안해요’는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연상시키는 감상적 발라드곡. ‘흔한 옷 한벌 못해 주고’라든지 ‘따뜻한 밥 한번 못 사주고’처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직설법으로 표현한 노랫말이 팬들로부터 공감을 얻은것 같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의 장난스런 표정과 춤동작이 연상되는 댄스풍의 ‘짱가’나 ‘더블’, 힙합그룹 CB매스가 랩을 넣은 ‘와이’, 신중현씨의 60년대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빗속의 여인’,탤런트 오현경이 작사한 ‘정’ 등도 타이틀곡 못지 않게 주목받는 노래들이다.
지난 92년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로 데뷔한 그는 "10년동안 모두 7장의 앨범을 냈는데 2-3년차 후배가수들이 1년에 2장씩 앨범을 내는 요즘 가요계 풍토에 비교하면 적게 낸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제대 후 20대 중반에 뒤늦게 데뷔했고 ‘잘못된 만남’의 히트도 서른살이 가까워서였다"면서 "너무 어린 나이에 나와 조로하는 것보다 늦게 데뷔하더라도 꾸준하게 활동하는 것이 가수생명을 오래 지속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이가 들었다고 무게를 잡는 순간 사는 것도 음악활동을 하는 것도 힘들어진다"고 말한 그는 "40대가 돼도 무대에서 까불며 춤출 수 있는 명랑성과 유연성을 유지하고 싶다"고 나름의 ‘생활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6집 앨범을 발표한 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방송프로에 나갔더니 제작진이 모자를 쓰라거나 까만색 염색약을 뿌렸다"면서 "당시 방송사로부터 제약을 받는 것이 싫어 방송출연을 자제하고 콘서트 위주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잘못된 만남’으로 인기를 얻을 때 KBS가 음악프로 「빅쇼」를 편성해 단독무대를 가진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 그는 "후배가수들도 오락프로에서 한두 곡 립싱크를 하는 것보다 1시간짜리 라이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방송사들이 다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대중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앨범에 담았지만 이제 한 장르에 집중할 때가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새 앨범은 자신의 음악취향에 가장 맞는 레게 음악 위주로 짜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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