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로 `절제의 미학’,`멜로영화의 새 화법’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허진호(36) 감독이 두번째로 메가폰을잡았다. 영화 <봄날은 간다>.
소리를 찾는 녹음기사와 이혼 경력이 있는 지방방송국 아나운서의 잔잔한 사랑을 그렸다. <8월의…>에서 사진사인 주인공(한석규)이 사진으로 사랑의 기억들을 포착했다면 이번엔 주인공(유지태)이 잊혀가는 소리를 녹음기에 담는다.
"영화를 찍으면서 작은 소리들이 영화의 장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래서 이런 소리들을 적극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녹음기사’라는 직업을 떠올렸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의 테마는 `사랑’이지만 전작이 사랑하기 전 단계까지의 애틋한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봄날…>은 사랑하고 난뒤의 감정에 더 무게를 뒀다. 두 남녀가 사랑하고 아파하고 그리고 이별한 뒤 서로에게 잊혀져가는 존재가 되는 과정을 물 흐르듯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그는 결혼을 아직까지 못해 "사랑은 잘 모른다"고 말한다.
5일 제작 발표회 때 공개된 메이킹 필름에는 갈대밭과 대나무숲이 바람에 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주인공들의 모습 등 아름다운 장면들이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었다.
느린 영상 속에 인물들의 세심한 감정의 변화를 녹여내는 그의 연출 스타일은 아무래도 그의 성격에서 우러난 듯했다.
허감독은 말도 느릿느릿하게, 그리고 알듯 모를듯 두루뭉실하게 했으며 전체 스태프를 이끄는 사령탑답지 않게 수줍음도 많이 탔다. 촬영도 한 컷을 여러 번 찍은뒤에 가장 어울리는 장면을 골라낸다고 했다. 서두르지 않는 탓에 그는 소소한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는 여유를 지녔다.
손로원씨가 작곡한 노래와 똑같은 영화 제목 <봄날은 간다>는 그가 생각해냈다.
"환갑 잔치 때 연분홍 치마를 입고 눈가에 이슬이 맺힌 채 이 노래를 부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한꺼번에 다양한 감정이 밀려들더라고요."
이렇듯 큰 이야기는 아니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들을 예쁘게 풀어냈던 <8월의 크리스마스>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등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홍콩의 천커신(陳可辛) 감독은 이 작품을 두고 "여태껏 본 영화 가운데 가장 감명 깊었던 영화"라고 추켜세웠을 정도다.
현재 촬영이 70% 정도 진행된 <봄날은 간다>는 올 9월 말께 관객들을 찾아간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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