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홍의 강’(The Crimson Rivers)★★★★
눈 덮인 장엄한 알프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끔찍하고 지능적인 연쇄 살인사건과 이것을 풀려고 매달리는 두 형사가 엮는 냉혹하고 가차없는 지적 액션 서스펜스 스릴러다. ‘증오’(1995)를 만든 프랑스의 젊은 감독 마티외 카소비츠의 작품인데 시종일관 박력 있고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플롯이 몹시 복잡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봐야 한다. 분위기와 내용과 촬영 등이 ‘세븐’을 연상시키는데 처음부터 두개의 사건을 저질러 놓고 긴장감과 스릴을 유발시켜가며 꽉 짜여진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솜씨가 비상하다.
초겨울 알프스산 밑에 있는 고립된 대학촌 게르농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사립대학(대학 로고를 눈 여겨 보라)에서 유전학을 연구하는 대학교수가 끔찍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처음에 카메라는 서서히 칼로 베어진 교수의 시신을 극단적인 클로스 업으로 보여주는데 괴이한 공포감을 자아낸다).
사체는 두 팔이 잘린 채 태아 모양으로 150피트 높이의 산 절벽에 매달려 있는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파리에서 고참 형사 피에르(장 르노)가 파견된다.
이와 별도로 이 마을의 공동묘지에 묻힌 20년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소녀의 무덤을 훼손하는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성질 급한 젊은 형사 막스(뱅상 카셀-’증오’).
전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사건이 연결되면서 피에르와 막스는 공동수사를 펼친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마을에는 근친혼에 의한 괴이한 유전병 희생자가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대학 당국은 두 형사에 대해 매우 비협조적이다.
뛰어난 수사력과 경험을 지닌 피에르는 죽은 교수의 안구가 도려내진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산성수라는 것을 알고 이 마을 빙하학자요 등산가인 아름답고 강인한 화니(나디아 파레)와 함께 알프스의 빙하지역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여기서 얼음 속에 묻힌 또 다른 알몸 사체를 발견한다.
피에르는 범인이 사건해결의 단서를 일부러 남겨놓으려고 제1의 사체 눈 속에 산성수를 담았다는 것을 깨닫는데 이번에는 제2의 사체의 역시 안구가 도려내진 눈 속에서 유리안구를 찾아낸다. 그리고 다시 이것을 단서로 제3의 끔찍한 살인사건 현장에 도착한다. 범인은 지능적으로 단서를 남기며 다음 살인사건으로 형사를 유도하는데 피에르는 범인이 이렇게 단서를 남기는 것은 빨리 체포되고픈 의사 표시임을 파악한다.
피살자들은 모두 대학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건은 거의 악마적 성격을 띤 실험(히틀러를 생각해 보라)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두 형사와 범인의 대결전은 백설이 만건곤한 해발 3,200m의 알프스 위에서 벌어지는데 쿵푸 액션 신이 장관이다.
영화는 범인이 사건해결의 단서를 조금씩 남겨놓듯 처음부터 관객들에게도 사건해결의 단서를 조금씩 흘려놓는다. 그러나 옳게 짐작했다고 생각하는 단서가 다 옳은 것도 아니며 정신을 집도하지 않는다면 그같은 단서는 잡아낼 수가 없다.
차갑게 혹독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눈 덮인 알프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냉혹한 살인사건이어서 더욱 한기가 느껴진다. 결정적 사건해결의 요체가 되는 인물설정은 다소 황당무계한 감은 있지만 매우 으스스하고 오금이 저려오도록 겁주는 흥미만점의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들도 아주 좋다. 등급 R. Tristar.
뮤직홀(310-274-6689), 뉴윌셔(310-394-8099), 로스펠리즈(323-664-2169), 플레이하우스(626-844-6500), 사우스 코스트 빌리지(714-540-0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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