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년 준우승 이바니세비치, 래프터 꺾고 윔블던 3전 4기
결승전에만 오르면 후둘거리는 다리. 매치포인트만 잡으면 서비스 에이스 대신 더블폴트.
라켓을 갖다대기도 어려운 광속 서비스에다 엄청난 잠재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대회에서 승기만 잡으면 자멸해 버리곤 했던 ‘심약한 사나이’ 고란 이바니세비치가 이번에는 해냈다.
비로 연기된 9일 윔블던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는 패트릭 래프터(호주)를 3시간에 걸친 혈전 끝에 6-3, 3-6, 6-3, 2-6, 9-7로 제압하며 우승, 대망의 윔블던 우승컵을 힘껏 껴안는 한편 지난 십여년간 끈질기게 달라붙은 우승기피란 심리적 족쇄도 부숴 버렸다. 윔블던 결승무대서 3번의 좌절 끝에 맛본 감격이며, 윔블던 사상 와일드카드 출전자가 이룬 첫 우승이란 쾌거였다.
92년 안드레 애거시, 94년과 98년 피트 샘프라스에 윔블던 결승에서 패한 이후 한때 세계랭킹 125위까지 추락했던 이바니세비치는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이룬 기적같은 우승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 일어나면 누군가 ‘너는 또 실패했어’라고 말할 것 같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결승에서 피트 샘프라스에 져 준우승에 머물렀던 래프터는 이번 대회에서 샘프라스가 일찌감치 탈락, 우승이 기대됐지만 이바니세비치의 강서비스에 밀려 2년 연속 문턱에서 걸리는 불운에 울어야 했다.
이날 결승전은 이바니세비치의 지속적으로 시속 120마일대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강서비스와 래프터의 강서비스에 이은 정교한 발리가 불을 뿜은 명승부였다. 이바니세비치는 무려 27개의 에이스를 퍼부으며 일급 강서버 다운 면모로 라프터를 압박했고 래프터는 발리를 앞세운 지능적 플레이로 이바니세비치의 범실을 유도했다. 4세트까지는 서로 세트를 주고 받으며 일진일퇴, 예측불허의 경기가 계속됐다.
운명이 걸린 마지막 5세트. 이바니세비치는 라프터와 매 게임 피를 말리는 접전을 펼치며 엎치락 뒤치락했지만 13번째 게임을 내주며 6-7로 뒤졌고 14번째 게임에서도 두 점을 먼저 내줘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이바니세비치는 4점을 내리 따내며 극적으로 게임스코어 7-7을 만들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이후 상승세를 타며 2게임을 연속 이겨 5세트에만 1시간이 걸린 혈전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서비스에이스는 27-13으로 압도했지만 더블폴트는 16-4, 범실은 30-11로 훨씬 많이 범해 마지막까지 악전고투해야 했다.
5세트 막판부터 눈가에 눈물이 비치기 시작했던 이바니세비치는 어렵게 승리를 확정짓자 코트에 넓적 엎드려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이번에도 챔피언십 포인트를 두 번이나 더블폴트로 날려버렸지만 후둘거리는 심장을 다스려가며 기어코 위너를 뽑아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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