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추방 미주동포들’ 현장 취재
▶ 6세때 이민, 입양아등 무연고 많아
<서울=조환동 특파원>
"연방이민국(INS) 수사관 두 명에 이끌려 인천국제공항에 내렸지만 당장 잘곳도 갈곳도 없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더군요. 아버지와 남동생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하고 왔습니다"
LA출신으로 지난 5월4일 한국으로 추방돼 추방자를 돕고 있는 디딤돌 선교회가 운영하는 아파트에서 임시 기거하고 있는 추방자 최모(26)씨에게 한국은 모든 것이 생소한 이국이었다. 6살 때 가족과 함께 이민, 20년을 미국에서 살아온 최씨는 한 순간의 실수로 국적없는 이방인으로 전락했다.
어머니가 가출하고 홀아버지 밑에 자라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도난 신고된 친구 부모의 차를 운전했다는 이유로 1년반 중형을 선고받았고 한국인이라고 놀리는 외국인 수감자와 싸우다 1년을 더 선고받아 이민국 형무소 6개월을 포함, 3년간의 수감생활을 하다 결국 추방됐다. 최씨는 "돈만 있었다면 변호사를 통해 추방까지는 면할 수 있었는데 …"며 눈시울을 적셨다.
지난 96년 이후 최씨와 같이 한국으로 추방된 추방자 수는 280여명. 추방자 중에는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도 있지만 마약과 절도 등 비교적 경미한 범죄도 많다.
최씨는 "디딤돌 선교회에서 인천 중부경찰서로 저를 데리고와 2개월째 식사와 잠잘 곳을 마련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지하철에서 자면서 범죄행위로 연명했을 것"이라며 "지폐 사용법부터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생소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선교회가 전화선을 따로 개설해줘 최근 한달간은 전화로 영어회화를 해주면서 한달에 50∼60만원을 벌고 있다.
5월2일 한국으로 추방된 입양아 출신의 장모(30)씨. 8살 때 오하오주로 입양돼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정씨는 절도혐의로 2년반형을 살고 한국으로 추방됐다. 정씨는 "미국은 언어라도 통했지만 한국은 정말 살기가 힘든 나라"라며 "최씨와 함께 전화를 통한 영어회화도 해주고 하루 4만원받고 막노동을 하다가 느리다며 매를 많이 맞을 때는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와 결합할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한국생활을 견뎌나가고 있다.
조국이면서도 기약없는 추방생활을 하고 있는 추방자들이 수없이 많다.
추방자들을 돌보고 있는 디딤돌 선교회 전운찬 전도사는 "추방자들이야 말로 한국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한국말도 못하도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며 "주민등록증을 취득하는 것부터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것부터 시작, 정신적 카운슬링 등 최소한 6개월간의 한국생활 적응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 전도사는 그러나 "재원이 부족해 이들에게 필요한 한국어와 한글교육, 적성에 맞는 직업교육 실시와 직업알선, 한국내 가족 찾아주기 사업들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