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람의 주말나기
▶ 김응문씨(주노 액센트 대표)
배달의 자손인 우리들은 술을 마셔도 코가 비뚤어지게, 노래를 불러도 목청이 터질 정도가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경향이 있다. 한 가지를 좋아하면 끝을 볼만큼 몰입하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공통적 특성이 아닐까.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전곡 공연을 보겠다고 비행기 타고 두 번씩이나 길을 나서질 않나, 영화제에 참가해 20일 동안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매일 6편 이상의 영화를 봤던 전력이 있는 터라, 웬만한 취미 천착에 대해서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응문씨 (43세, 타일 바닥 장식 전문업체인 주노 액센트 Juno & Accent 대표)의 야구 사랑 앞에서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그는 올해로 8년째, 야구 시즌이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다저스 스테디엄을 찾고 있다. 약 두 세 시간 동안 계속되는 경기 내내 고 작은 야구 공 하나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몰입하며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TV 중계로는 공이 방망이에 맞아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밥 먹으며 중계를 보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만큼 집중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가 바쁜 와중에 돈 들여, 시간 들여 구장을 직접 찾는 이유이다.
하지만 그가 구장에 가지 않는다고 TV 야구 중계를 보지 않으리라 생각하면 오산. 생각 같아서는 매일 가고 싶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야구장엘 못 가는 것이 아쉬운 그는 경기가 있는 날은 만사 제쳐놓고 TV 중계에 눈과 귀를 기울인다. 다행히도 평일에는 일과가 끝난 7시 이후에 경기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저녁상을 대하며 동시 시청을 한다. 밥은 굶더라도 야구는 봐야 할 지경이니, 이 정도면 그의 야구 사랑은 거의 광적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닌 듯 싶다.
보고만 있어도 좋은 야구이지만 직접 뛸 때의 기쁨은 더욱 크다. 그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소프트볼 팀, ‘허리케인’의 회원들과 소프트볼 경기를 하면서 주말을 보낸다. 주말 경기에 임하기 위해 그를 비롯한 허리케인 회원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샤또 운동장에 모여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하니 때와 장소를 잘 타고났더라면 메이저리그 투수가 될만했던 인물들이 한 둘이 아닌 것 같다. 그들이 주로 시합을 벌이는 장소는 한인타운에서도 가까운 라브레아 공원. 주말 저녁 6시-7시경, 30-40명 정도의 회원들은 잔디 푸른 공원에 모여 소프트볼 경기를 벌이며 야구 사랑을 재확인하고 있다.
야구공은 크기가 작아 숙련된 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받아치기는커녕, 눈 따라가기도 힘들 판이지만 야구공의 약 3배정도 크기인 소프트볼은 운동 실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별 어려움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설사 공에 맞더라도 부상 또한 그리 크지 않다.
얼마나 좋아하는 야구이며, 소프트볼인가. 경기를 하면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삶의 커다란 희열을 맛본다. 야구공 맞는 명쾌한 소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공이 방망이에 맞아 튀어 나갈 때면 온갖 스트레스가 함께 날아간다. 2-3시간 정도 게임을 마치고 나면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날아갈 듯 몸이 개운해지며 마음은 집에 금송아지 쌓아둔 왕 회장이 부럽지 않을 만큼 부요해진다고. 그를 이토록 몰입하게 만드는 야구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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