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생 큰 뉴욕 소방관 인기 하늘 찌를듯.. 어디가나 환호, 감사 표시 받느라 바빠
요즘 뉴욕에서 소방관들은 그야말로 인기가 짱이다. ‘뉴욕소방국’의 첫 글자를 딴 FDNY가 찍힌 모자들이 상점 진열장에 등장했고 소방서 앞마다 록 스타를 따라다니는 그루피들처럼 사람들이 모여 서서 소방관들의 모습을 보려고 기다린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회색 잿더미를 둘러쓰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처리에 분주한 소방관들에게 자발적으로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시니컬하기로 유명한 뉴욕시민들에게는 너무나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소방관은 사랑하기 쉽다. 교통위반 티켓도 주지 않고 잡아가지도 않으며 무고한 사람에게 총을 쏘아대지도 않으며 그저 멜빵 바지에 헬멧을 쓰고 사람 좋게 바삐 출동할 뿐이다. 6가와 휴스턴 스트릿이 만나는 ‘엔진 24, 래더 5’ 소방서에 근무하는 카민 에볼라는 지나가던 여자가 갑자기 다가와 목에 팔을 두르고 껴안았을 뿐만 아니라 옛 여자친구들이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시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웬만한 저명인사들이 무색할 이 뉴욕 소방관들의 인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그야말로 ‘진짜’이기 때문이다. 귀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모자에서는 연기가 나며 두꺼운 고무 장화가 녹아 발가락이 드러난 채 뛰어다니는 그들을 두고 부시 대통령은 “이들이 바로 우리의 전쟁을 치를 사람들”이라고 말했는데 그것이 진실임을 뉴욕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루디 줄리아니 시장도 “이들은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고 했다.
지난 토요일밤, 올드 그리니치 빌리지의 술집 ‘화이트 호스 테이번’에서는 4명의 소방관들이 검댕으로 얼룩진 소방복에 찌그러진 헬멧. 재가 떡처럼 뭉쳐있는 부츠 차림으로 들어서자마자 박수가 시작되어 그들이 바에 이르렀을 때는 고함과 테이블 두드리는 소리, “USA, USA”라며 박자 맞춰 외치는 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 한 웨이트리스는 그들과 번갈아 춤을 같이 추고 사진도 찍었다. 그중 한 소방관은 “키스해달라”고 했다.
“유니폼을 입고 나가면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들 때문에 걸어다닐 수가 없다”고 말하는 에볼라는 과거 소방관들을 얕잡아보던 이 지역의 중상류층 주민들이 자기들을 바로 쳐다보고 손을 흔들고 말을 걸어온다고 했다. 사실 맨해튼 지역 소방관들은 거기 살만한 형편이 못된다. 경력 19년인 에볼라도 세금 제하고 집에 가져가는 돈은 2주일에 760달러가 고작이다.
이들이 이렇게 모든 관심을 모으게 된 이유를 조금만 말하면 아래와 같다. 공중납치된 비행기가 첫 번째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부딪쳤을 때 뉴욕 소방국장 피터 갠시는 즉시 그 사실을 부하 서장들에게 소리쳤다. 그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장비를 챙겼을 때 갠시 역시 소방복을 입고 나섰다. 책상이나 지키는 관료 타입이 아니라 정복 차림엔 훈장이 주렁주렁했던 갠시가 다른 소방관들과 마찬가지로 현장으로 달려갈 때는 근무가 교대되는 아침 9시경이었지만 출근자, 퇴근자를 가리지 않았고 은퇴한 사람, 병가중인 사람까지 모두 나섰다.
즉시 사령부를 설치한 갠시는 건물이 불안함을 파악하고 “모두 물러서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즉시 이동!”하고 외쳤지만 아직 건물 내부에 있던 많은 소방관들은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남쪽으로 간 것이 그의 생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부서장인 폴 니그로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500명이 넘는 소방관들이 집결, 최악의 위험 속으로 직진했는데 이제까지 사망이 확인된 것은 34명, 300명 이상이 실종이다. 건물이 무너진 후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산더미같이 쌓인 건물더미 사이로 불에 타고 사다리가 부러진 6대의 소방차가 삐죽이 나와있는 모습을 봤다.
그들이 일하고 있는 동안 더 많은 불이 났다. 주변이 온통 타고, 휘청거리고 무너져 내리는 동안 그들의 눈은 아리고 발목과 무릎은 찢어지고 삐었지만 의료진들이 치료하고 집으로 가라고 해도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사흘후 갠시 국장의 장례식에서 그의 아들 크리스는 “아버지의 행동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아들이 이런 자리에서 말하지 않도록 해줬을지 모르겠습니다”고 말했다. 소방국에서 ‘형제애’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소방관들은 모두 누군가의 아들이거나 동생이거나 사촌지간으로 얽혀있다.
너무 많은 서장들이 실종돼 줄리아니 시장은 이틀후 168명의 신참 소방관들을 승진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에볼라가 일하는 소방서에서도 50명중 10명이 실종됐다. 몇블럭 건너 10가 소방서에서도 8명이 실종이다. 여전히 구조작업은 진행되고 있지만 소방국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누구누군지, 그들이 잔해에 묻혀 있는지, 어디선가 계속 작업 중인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