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미국을 경악과 분노로 내몬 테러참사는 사회 전반에 걸쳐 그 파편을 깊게 남겨 놓았다. 사회, 경제, 정치는 물론 미국인들의 꿈의 전당인 대중오락과 문화예술계까지 깊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가 발생했던 주간 일정에 잡혔던 오페라, 뮤지컬 등 무대공연과 전시회들은 상당수 취소됐으며 한인들의 기대를 모으던 한국공연 ‘난타’의 LA를 포함한 북미 순회일정이 모두 마비된 주요 원인은 자칫 테러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관객 동원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감안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이 거의 없는 TV와 영화계도 국가존망이 걸린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평화롭고 살기 좋은 ‘21세기형 로마제국’의 시민인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소재는 미국을 상대로 무모한 도전을 시도하는 불순세력(특히 아랍계 테러범)의 처참한 최후로, 그 안에는 항상 자유를 수호하는 미국 영웅들의 희생과 고군분투, 가족 사랑이 양념으로 담겨 있다. 공룡이나 외계인이 도심 한복판에서 온갖 행패를 저지르다가 한방에 제거되는 영화들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런데 이렇듯 ‘위험하고 아찔한 경험’들로 관객들에게 가벼운 도피처를 선사하던 방송과 할리웃은 당분간 숨을 죽이고 있을 전망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주연, 테러로 가족을 잃은 가장의 대역습을 다룬 ‘콜래터럴 데미지’등 테러와 범죄를 다룬 액션활극 40여편, TV용 코미디, 액션 드라마들은 이미 상영이 연기된 상태다. 아무리 흥행에 혈안이 된 할리웃 제작자들이지만 애도와 두려움이 지배적인 지금의 대세를 거스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중 대다수가 이번 테러에 가장 분노하고 걱정하는 유대인들이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영화와 TV는 앞으로 예측 못할 변화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져있다. 그동안 흥행 보장용 소재인 건물이 터지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액션도, 말도 안 되는 바보짓으로 웃음을 짜내던 코미디도, 지금의 사회의 흐름을 본다면 당분간 장사는 고사하고 욕만 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때문이다.
25일 미 전국의 극장업자들은 이날 하루의 관객수입을 모두 테러 피해자를 위한 성금으로 전달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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