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헤어 공항의 경비는 예상보다 느슨했다. 미드웨이나 LA공항과는 달리 일반인의 공항 출입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선 청사의 게이트 출입은 티켓을 갖고 있는 승객들로 제한하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경찰견을 동반한 경찰이 눈에 띠었고 주 방위군 두 명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공항 관계자는 테러 이후 청사에 주 방위군이 투입, 상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선 청사 3층의 대한항공 부스 앞에는 출국을 앞둔 한인들이 줄 서 있었다. 메디슨에서 왔다는 이제진씨는 “테러 때문에 특별히 불안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메디슨 공항에서 짐수색을 당했지만 “이해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다. 이씨가 짐 검사를 받는데 따라가 촬영을 하려고 하자 공항 경비원이 막아세웠다. 기자증을 보여줬지만 담당자는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막 시카고에 도착한 전금탁씨(회사원)는 인천공항에서 짐 검사 중에 연필 깎는 칼을 뺏겼다. 압수된 칼날은 항공사 직원이 가방에 따로 보관했다가 목적지에 도착한 뒤 돌려줬다. 전씨 외에도 인천공항에서 온 승객들은 하나같이 “예전에 비해 검문검색이 훨씬 더 강화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동경에서 온 홍은미씨에게 이번 여행은 평범했다. 홍씨는 “동경에서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는지 검색이 까다롭지 않았고 금방 끝났다. 여기서 나올 때도 여권확인정도만 했다”고 전했다.
비엔나에서 왔다는 유럽인에게 “그 쪽에서도 가방 안을 다 확인하느냐”고 물었더니 “안 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오헤어 공항 부장인 김택곤씨는 테러사건 이후 “쇠로 된 포크나 나이프를 플라스틱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무기로 사용될만한 물건들은 기내에서 치워졌다. 승객들은 물론 승무원이나 청소부들에게까지 소지품과 신분증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그는 “전에는 티켓 정도만 확인했는데 요즘엔 게이트 앞에서 ID, 사진, 탑승권의 이름을 비교 확인한 후 들여보내고 있다. 특히 중동국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계통 쪽의 손님들은 특별히 정밀히 체크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김종훈씨(오하이오 주립대, 23)는 오하이오 공항에서 따로 줄 밖으로 세워져 짐 검색을 다시 받아야 했다. 그는 “외국인만 따로 분류돼 다시 짐검사를 받았다” 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그와 함께 벽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던 임태형씨(오하이오 주립대 졸업,30)도 “유색인종만 따로 짐검사를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머리에 터번을 두른 아랍여성 카센씨 가족 역시 공항에서 짐검색을 따로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항 내 경비원들은 “특별히 외국인만 따로 검사하라고 지시받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공항 청사 안은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짐을 부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오전에 비교적 한가했던 주차장은 오후가 되자 차들로 가득 찼다.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다는 미드웨이 공항과 달리 면세점과 까페테리아는 탑승권 없이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공항 내 바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테러 이후 승객들의 발길이 뜸했던 오헤어 공항은 차츰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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