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인들의 화두는 단연 탄저균이었다.
플로리다, 뉴욕과 네바다 등 3개주에서 탄저균이 검출되고, 수상한 우편물을 경계하라는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의 공식 경고가 떨어지면서 미국인들은 ‘백색분말’에 대한 히스테리 반응을 보였다.
탄저균 소동이 본격화한 13일, 노스캐롤라아니의 샬럿공항을 이륙해 콜로라도주 덴버로 향하던 US 에어웨이소속 항공기의 기내 승무원이 쓰레기통에서 의심스런 가루봉지를 발견, 13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공항에 비상착륙했지만 기내에서 발견된 가루는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비행기에는 승객 60명과 승무원 5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디즈니랜드 캘리포니아 어드벤쳐 공원내 식당에서는 13일 흰 가루가 발견돼 소방대가 출동하고 인근이 차단되는 소동이 벌어졌으나 검사결과 문제의 백색분말은 설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흰색 가루만 보면 무조건 신고부터 하는 ‘탄저균 과민증’으로 인해 지난 주말동안 남가주를 비롯한 전국의 치안당국과 보건당국은 곤욕을 치러야했다.
헌팅턴 비치 우체국에서는 13일 중동 발신 편지에서 가루가 발견돼 이날 우편배달 서비스가 취소됐고 60명의 직원들이 주차장에 격리됐으며 6명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으나 역시 무해물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컬버시티 소재 소니영화사 직원들은 13일 흰 가루가 든 편지를 접수한 후 황급히 탄저병 검사를 받았으나 역시 음성반응을 보였다.
언론을 겨냥한 테러를 우려해 CBS, CNN, AOL 타임워너사 등은 13일에도 편지함을 폐쇄했으며 플로리다와 뉴욕의 병원과 약국은 항생제를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NBC본사에서 탄저균이 검출된 이후 뉴욕경찰에 100건의 신고가 들어왔다고 14일 밝혔다.
탄저병 공포는 해외로도 확산돼 런던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14일 아랍계로 보이는 남성이 성당안에 흰색 가루를 뿌려 신도들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와 같은 "흰색 가루" 소동은 토론토의 피어슨 국제공항,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 국제공항, 벨기에 제약연구소 등지에서도 발생했다.
모방범죄와 짓궂은 장난을 우려한 연방수사당국은 고의로 탄저균 소동을 벌이는 사람들을 최대한으로 엄벌하겠다고 단호한 경고를 내렸다.
타미 톰슨 보건장관은 이날 팍스뉴스에서 "미국이 생화학 테러공격을 받은 적이 없으므로 많은 미국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경계하되 공포심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하고 탄저균 항생제는 60일간 200만명을 치료할 분량이 비축되어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탄저병에 감염된 사람은 2명에 불과하며 모두 고립된 사례인 점을 강조, 미국인들의 곤두선 신경을 진정시키는데 주력했다.
<우정아 기자> jeanwo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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