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센스·TCL 등 中업체 ‘진격’
▶ 현지 사업 존속 여부까지 위태
▶ 식기세척기 등 외주 확대 계획
▶ “AI·신뢰도로 고급 시장 차별화”
삼성전자가 TV와 생활가전 사업 재편에 착수했다. 중국 업체들이 추격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반도체 값 폭등으로 생산비 부담까지 커지며 사업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주요 글로벌 생산·판매 법인을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에 돌입할 방침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경영진 회의를 통해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 사업을 재편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 마련을 시작했다. 핵심은 수익이 나는 시장과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고 수익성이 낮은 생산·판매 조직은 통폐합하는 것이다. 글로벌 주요 시장에 생산·판매 거점을 두는 방식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배치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전환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TV와 가전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한때 삼성전자의 주요 시장이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하이센스와 TCL 등 중국 로컬 업체들이 중저가 제품은 물론 고급 TV와 프리미엄 가전 시장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에 품질까지 끌어올리면서 삼성전자는 사업의 존속 여부까지 논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경영진은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가전 박람회 ‘AWE 2026’을 찾아 현지 업체들의 제품 경쟁력과 시장 흐름을 직접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기업들은 압도적인 가성비를 앞세워 대형 TV,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생활 가전 등 자국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중국 사업을 유지해도 예전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기 때문에 사업 철수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다시 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말레이시아 가전 생산법인을 폐쇄하고 베트남 생산 거점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은 이미 삼성전자의 핵심 제조 기지로 자리 잡은 곳이다. 생산과 물류, 인력 운영을 한곳에 모으면 비용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소형 가전 일부는 외주 생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출 계획이다. 전자레인지와 식기세척기 등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거나 가격 경쟁이 심한 제품은 검증된 외부 업체를 통해 생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처럼 생산 외주화를 통해 수익성과 운영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또 동남아의 판매 법인들도 매출과 이익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치하거나 통폐합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3월 유럽 TV 생산의 핵심 축이었던 슬로바키아 갈란타 공장을 설립 24년 만에 폐쇄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갈란타 공장은 한때 유럽 TV 시장 공략의 전진 기지였지만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생산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북미 사업을 맡는 미국법인(SEA)도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번 사업 재편의 배경에는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칠 경우 TV와 가전 사업이 중국 업체에 완전히 잠식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VD·DA 사업의 영업이익은 2021년 3조6,5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 규모는 크지만 이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주요 시장 소비자들의 구매력마저 약화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TV와 가전의 생산 비용까지 급증해 ‘삼중고’에 처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재편의 방향은 수익성이 낮은 지역과 제품은 줄이고 프리미엄 제품과 인공지능(AI) 가전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라며 “중국 업체와 가격으로 맞붙기보다 AI 기능, 연결성, 디자인, 브랜드 신뢰도를 앞세워 고급 시장에서 차별화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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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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