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뒤 방출. 2연승 뒤 후보 강등.
NFL 쿼터백 트렌트 딜퍼(시애틀 시혹스)는 이길 수가 없다.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가는 곳마다 푸대접이다. 수퍼보울 우승을 포함, 몸담고 있는 팀을 13연승으로 이끌었건만 딱하게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시즌 출발이 부진했던 시혹스를 최근 2연승으로 이끈 딜퍼는 불과 9개월전 수퍼보울 챔피언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주전 쿼터백이었다. 그러나 레이븐스는 우승파티 샴페인의 맛이 혀끝에서 사라지는 순간 쿼터백이 팀의 약점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딜퍼에 방출을 통보했다. 사실 레이븐스는 지난 시즌 디펜스가 워낙 강해 쿼터백은 실수만 하지 말아 줄 것을 주문했었다. 쿼터백이 책임져야 할 것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레이븐스가 전 캔사스시티 칩스 쿼터백 엘비스 거박을 영입하는 바람에 직장을 잃어버린 딜퍼는 결국 시혹스에 후보 쿼터백으로 입단했다. 레이븐스에서 지난 시즌초 토니 뱅크스의 뒷좌석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이번 시즌은 시혹스가 그린베이 패커스에서 새로 데려온 매트 해슬백의 백업으로 시작했다.
브렛 파브의 백업이었던 해슬백은 실력이 입증된 쿼터백이 아니다. 그러나 역시 패커스 출신인 마이크 홈그렌 감독이 팀의 장래를 짊어질 쿼터백으로 낙점, 후한 대가를 치르고 영입한 선수라 딜퍼에 앞서 주전으로 기용되고 있는 것이다.
딜퍼는 3주전 다친 해슬백의 부상을 틈 타 출전기회를 잡은 뒤 시혹스를 2연승으로 이끌었다. 시혹스가 지난주 예상을 뒤엎고 강호 덴버 브롱코스를 34대21로 물리친데는 딜퍼의 공이 컸다.
그러나 홈그렌 감독은 이번주 "해슬백이 주전 쿼터백임에는 변함이 없다"며 "해슬백의 부상이 완쾌 되는대로 딜퍼는 벤치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혀 의문을 사고 있다. 딜퍼는 이에 대해 "원래 팀에 입단할 때부터 항상 감독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는 대답만 했다. 탬파베이 버카니어스 시절 ‘머리 나쁜 쿼터백’으로 찍혀버린 딜퍼는 레이븐스에서 방출된 뒤 8월까지 실직자로 마음 고생을 한 결과 아직 다닐 직장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그저 고마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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