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얼굴에 검은머리를 길게 내려뜨린 처녀 아사미가 피아노 철사를 사용해 자기를 배신한 남자를 잔혹하게 절단하는 모습이 꿈에 나타날까 겁나는 사이코 섹스 스릴러다. 심장 약한 사람이 보다가는 졸도할 악몽 같은 영화로 극단적인 주제로 악명 높은 일본의 타카시 미이케 감독(’생사불문’ ‘잃어버린 영혼의 도시’)의 1999년작.
심리적 성적으로 억압된 상태에 갇힌 여자와 죄의식을 지닌 남자의 성적 병리상태를 파헤친 작품으로 시종일관 기분이 나쁠 정도로 마음을 어지럽게 만든다. 희한한 변태적 공포심리 섹스 스릴러여서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42세의 비디오 제작사 사장 시게하루 아오야마(료 이시바시)는 7년 전 상처한 뒤 16세의 아들과 둘이 살고 있다. 시게하루는 아들의 권유에 따라 마침내 재혼을 결심한다.
시게하루는 친구의 제의대로 있지도 않을 비디오 영화를 만든다는 명목 하에 배우 오디션 광고를 낸다. 수천명의 응모자 중에서 시게하루의 눈길을 끄는 여자가 흰 드레스를 입은 병색의 바싹 마른 24세난 아사미 야마사키(에이히 시이나). 시게하루는 야릇한 매력을 지닌 순종형의 아사미와 데이트를 시작하고 마침내 청혼하는데 아사미는 시게하루에게 자기만 사랑해 달라고 간절히 당부한다. 그러나 시게하루가 자신이 상처했다는 사실을 아사미에게 고백하면서 아사미의 못 믿을 남자에 대한 끔찍하고 잔인한 복수가 시작된다.
긴 흑발에 감추어진 얼굴을 숙인 채 꼼짝 않고 무릎을 꿇고 방에 앉아 한없이 시게하루의 전화를 기다리는 아사미의 앞에 놓인 큰 부대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 불길하기 짝이 없는 이 장면에서 아사미의 죽음의 천사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게 되는데 마침내 아사미가 검은 고무장갑을 끼고 검은 고무 앞치마를 두른 다음 피아노 철사(마취주사와 침도 사용된다)를 자유롭게 이용, 거짓말하는 남자를 가차없이 처치하는 모습을 보자니 몸과 마음이 모두 소름이 끼친다.
이야기 속에 충격 수법을 섞어 부식된 인간관계를 그린 어둡고 괴이하며 감관에 눌어붙는 영화인데 속삭이듯 한 음성의 에이히 시이나가 마치 환생한 귀신처럼 차갑고 독기를 뿜는 연기를 한다. 꿈이냐 생시냐 식으로 끝난다.
성인용. Cinematheque/Vitagraph. 22일까지. 뉴아트(11272 샌타모니카, 310-478-6379).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