뺀질뺀질해 보이는데 실은 푼수스러울 정도로 순진해서 웃음마저 자아내는 캐릭터를 신하균은 재미있게 그려낸다.

킬러라는 잔인하고 음침한 직업이 전혀 무섭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멍청한 네 명의 남자 중에서 그는 가장 팔팔하고 속도감있게 보인다.

그것은 갸름한 턱과 예리한 눈매의 생김새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마치 딱다구리가 날카로운 부리로 고목나무 속의 벌레를 쪼아내듯 자신이 맡은 인물의 내면을 쪼아내어 개성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배우다. 더욱이 진지함을 유머로 포장해서 표현해 내는 솜씨는 신하균 만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그는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미소와 능청스러운 몸짓으로 킬러를 어릿광대처럼 표현한다.

팔을 벌린 채 자동차의 폭발음을 즐기는 신에서 그의 희극 연기는 가장 돋보인다. 마치 개구쟁이 소년처럼 단순하고 유쾌하게 자신의 일을 즐기는 킬러가 있기나 한 듯이 현실과 상반되는 모습을 그는 일부러 거꾸로 그려내는 것이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순진하고 쾌활한 북한 병사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던 신하균이 좀 더 강도 높은 희극 연기로 폭력적 사회를 비틀어 보인 셈이다.

그는 비극과 희극을 잘 교직해서 짜내는 연기자다. 분단의 희생물이 되면서도 그런 현실조차 모르는 듯 순진했던 병사나, 부패와 폭력으로 오염된 세상에서 오히려 순진해 보이는 킬러나 다 우스꽝스러운 비극적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 신하균의 연기는 상투적일 수가 없다. 적당히 모방하거나 스테레오타입화된 연기가 아니라 신선함이 느껴지는 새로움을 그에게서 보는 것이다.

남자에게 발랄하다는 단어가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의 생기발랄한 분위기가 영화를 팽팽하게 만드는 매력인 것만은 사실이다.

예민한 감수성이 엿보이는 눈빛과 개구쟁이 같은 짓궂은 미소가 공존하는 신하균의 존재는 한국 영화의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