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옥세철 논설실장>
"프레첼 때문일까요?"
생채기가 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게재한 한 한국 신문의 사진 제목이다. 백악관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 이 제목이 풍기는 뉘앙스다.
백악관의 발표로는 13일 오후 백악관에서 혼자 TV를 보며 프레첼을 먹다가 질식하는 바람에 넘어지면서 얼굴에 상처가 생겼다는 것이다. 왼쪽 뺨 위쪽에 거의 손바닥만한 상처를 입은 부시의 얼굴은 여간 보기가 민망스러운 게 아니다.
그래서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준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미국의 언론은 그런 시각으로 보지 않는다.
왜 그러면 한국 신문만 그런 시각을 노출했을까. 권력과 그 주변과 관계된 일에는 ‘쉬쉬’하는 게 전통이 되다시피 한 한국적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육박전’이란 용어가 폐기처분된 박정희 시절의 에피소드가 새삼 떠올라서다. "육영수 여사의 얼굴이 멍들었다. 당연히 공개석상에 참석할 수가 없다. 그런 일이 그런데 자주 발생하자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박 대통령이 부부싸움 끝에 손찌검을 해 육여사가 얼굴에 멍드는 부상을 입었데…’"
’이번에는 재떨이를 날렸데…’ 하는 식으로 소문이 악화되면서 ‘육박전’(肉薄戰)은 본래 의미를 벗어나 불경죄를 범하게 됐다. ‘육-박전’(陸朴戰)으로 의미가 변질된 것.
그 결과 육박전이란 말은 퇴출의 운명을 맞게 됐고 그 대신 ‘각개전투’란 용어가 군에서도 정식으로 채택됐다는 얘기다.
3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이 ‘육박전 일화’는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대통령의 일상생활, 가족 등 주변에 대해서는 가급적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는 풍조가 여전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안 하는 게 한국에서는 상식이 된 것 같다. 도대체가 대통령의 건강을 다루는 기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 기밀사항이어서 그런지, 잘못 다루다가는 불경죄에라도 걸리기 십상이어서 그런지 도무지 알 길이 없지만.
대통령의 건강은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의 문제다. 그러므로 국민의 알 권리 충족 차원에서도 대통령의 건강은 수시로 체크되고 그 상태를 국민이 알아야 된다.
하기야 수술을 받는 아들 병 문안차 미국을 방문하는 퍼스트 레이디의 동정조차 ‘쉬쉬’ 하는 판국이니 이게 다 백일몽 같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