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가까운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학창 시절, 동급생 40여 명 가운데 항상 5∼6명은 한국인 학생이 있었지요.
그래서인지 `아리랑’이나 `도라지’ 같은 한국의 전통 민요가 제게는 마치 일본 민요처럼 낯익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호타루’(18일 개봉)의 홍보차 내한, 14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배우 다카쿠라 겐(71ㆍ高倉健)은 한국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피력했다.
영화 ‘철도원’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는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후루하타 야스오(68ㆍ降旗康男) 감독의 신작 ‘호타루’에서 주인공 `야마오카’역을 맡았다.
2차대전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였던 그는 아내의 옛 약혼자이자 자신의 상관이었던 조선인 병사의 유언을 전해주기 위해 한국의 안동 하회마을을 찾는다. 한일간 화해의 메시지와 함께 반전 의식이 담겨 있다.
이 영화의 기획을 처음 제안했던 다카쿠라 겐은 "배우가 된 지 40여 년이 지난만큼, 이제는 가슴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한국인 배우, 스태프와 작업하기는 처음이지만 이 작은 한 걸음이 양국간 교류의 가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희(古稀)를 넘겼음에도 50대 중반쯤으로 보일 만큼 건장한 그는 `젊음 유지의비결’을 묻자 "아직 할부금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농담을 건넸다.
다카쿠라 겐은 또 "최근 ‘친구’를 봤는데 한국 영화에는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다"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은 "소리를 내지 않고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일본어 호타루)처럼 호소력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극장에 발길이 뜸했던 중장년층이 감동을 받을 만한 영화"라고 이번 작품을 소개했다.
후루하타 감독은 극중에서 한국이 호의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점에 대해 "일본이 반세기 전에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었는데 `호의적’이라는 표현은 당혹스럽다"면서 "당시 수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전쟁에서 희생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50년 전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과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해 말하고 싶었지 처음부터 한국을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후루하타 감독은 "안동 하회마을은 한국적인 전통이 잘 보존돼 있을 뿐 아니라 일본 농촌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해 촬영 장소로 택했다"고 설명했으며 "다카쿠라 겐이 `일본 남자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인지 일본에서는 많은 관객의공감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그가 가장 감명깊게 본 한국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
기자회견에 이어 다카쿠라 겐과 후루하타 감독은 지난해 초 일본의 한 지하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승객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수현씨의 부모를 만나 위로금을 전달한 뒤 강남 센트럴6시네마에서 열린 VIP 시사회에 함께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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