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의 한 조선족 이야기다.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란 그는 중학교 다닐 무렵 이사를 했다고 한다. 한족(漢族), 다시 말해 중국인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중학시절 그는 아주 쓴 맛을 보게 됐다고 했다. 한족 학생들에게 ‘왕따’를 당하다가 몰매를 맞을뻔 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걸핏하면 조선족이라고 놀림을 받고 지내던 어느날 마침내 감정이 폭발했다. 놀려대는 중국 학생과 대판 싸우게 된 것이다.
싸움은 그를 상대로 한 학생이 덤벼들고, 또 다른 학생이 덤벼들고 하는 식이 됐다. 그러다가 수많은 한족 학생들에게 포위돼 절대절명의 지경에 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느닷없이 한 학생이 싸움판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 학생은 그리고 그와 등을 대고 함께 싸워주어 위기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친하지도 않던 학생이었다.
평소 중국 말만 해 중국 아이려니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조선족 학생이었던 것이다. 중국인 마을에서 자라 한국 말을 제대로 못하는 그였지만 같은 조선족 학생이 중국 학생들에게 몰매를 맞게되자 자기도 모르게 뛰어들었던 것이다.
"한국과 미국 대표팀 축구시합을 보고 오더니 우리 아들이 뭔가 확 달라진 것 같이 느껴져요." 한 50대 한인의 말이다.
이 분의 아들은 미국에서 나서 자란 ‘순수 2세’다. 한국 말이 아주 서투르다. 또 평소 행동으로 보아서는 도대체가 한국에 대해 관심이나 있는지 헷갈릴 정도다. 한국과 미국 대표팀의 경기도 물론 처음 보는 것이다.
아들 얘기는 이렇다. 우선 한국 사람들이 축구장에 그렇게 많이 나온 사실에 몹씨 놀랐다는 것이다. 또 자기 또래의 한인 젊은이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에서 뭔가 형언 할 수 없는 감정이 솟고 그 감정은 전류처럼 강렬히 자신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경기가 펼쳐지자 그는 어느 틈에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또 다시 놀랐다는 얘기다.
아버지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어떻게 구했는지 빨간색 티셔츠를 가지고 와 신주 모시듯 해요. 한국팀을 응원하는 사람에게 준 건가 본데, 그 티셔츠가 여간 자랑스럽지 않은 모양이예요."
"한국에 대해 그렇게 많이 얘기 해도 시쿤등 하던 아이가 축구 경기 하나로 이렇게 달라지다니…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맞기는 맞는가 봅니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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