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게는 1,000kg까지 나가는 소들이 주인의 체면과 마을의 위신을 걸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소싸움은 농경문화의 유산이다. 싸움소는 뿔이 날카롭고 괴력을 자랑하지만 저마다 특별한 기술도 갖고 있다.
뿔로 날쌔게 공격하는 ‘찌르기 소,’ 머리와 뿔로 치켜올려 넘어뜨리는 ‘떠받기 소,’ 상대의 측면을 잽싸게 가격하는 ‘옆치기 소,’ 맷집이 좋은 ‘견디기 소’ 등 별명도 다양하다. 소 주인은 물론 마을 전체의 명예를 걸고 모래사장이나 풀밭에서 짧게는 몇 분 길게는 수십 분간 벌어지는 한판 승부는 구경꾼들의 응원과 환호를 받기에 충분하다.
소만 인기몰이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닭도 싸움판에서는 ‘한가닥’ 한다.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의 싸움닭은 주인과 주위의 지대한 관심아래 고강도 훈련을 한다. 주인은 싸움닭이 다리와 목에 힘을 주어 높이 뛰어야 먹을 수 있는 곳에 번데기, 미꾸라지 등 특별식을 매달아 놓아, 싸움판에서 30여분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길러준다.
마젤란의 항해기록에 등장할 정도로 닭싸움에 대한 필리핀 사람들의 사랑은 대단하다. 스페인까지 번진 닭싸움은 작은 축제를 방불케 한다고 전해진다. 닭 주인은 집에 불이 나 세간이 다 타더라도 싸움닭만은 구출해내 올 정도라니 그 애착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동물애호가들이 들으면 펄쩍 뛸지 모르겠지만 소나 닭을 동원해 판을 벌이고 흥을 돋우는 것은 특정 사회의 풍습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이목을 끌만한 볼거리임엔 틀림없다.
반면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싸움을 벌인다면 손가락질을 당하게 마련이다. LA총영사관 공보관과 LA에 와 있는 전 야당의원간의 소송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공보관은 "대통령 3남 홍걸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연방수사국과 이민국에 고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고, 상대방은 "공무원이 자국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청와대와 짜고 하는 정치탄압"이라며 일전불사 태세다.
공보관 개인자격으로 제소한 것이라지만 두 사람의 싸움은 대통령의 가족과 연계돼 있고 한동안 한국을 뒤흔들었던 ‘옷로비’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 ‘협박’이든 ‘정치탄압’이든, 백사장에서 주먹다짐을 하든 법정투쟁을 하든 한국에 가서 가릴 일이다. 공보관이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령 받아 곧 귀국한다니 더욱 그렇다. LA는 하수 처리장도, 쓰레기 소각장도, 대리전장도 아니다. ‘남의 동네’에 와서 멱살잡고 소란을 피운다면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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