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대통령의 국정연설후 ‘악의 축’이란 표현이 새로운 인기 시사용어로 떠올랐다. 미국 언론은 물론,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한국의 언론도 요즘 ‘악의 축’을 언급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은 하루도 없는 것 같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상대적인데, 어떤 주체를 두고 선의 존재로 볼것이냐 악의 존재로 볼것이냐 역시 대부분의 경우 상대적이다.
특히 그 주체가 국가일 경우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의 구분은 ‘내편이냐 아니냐’로 선악을 가르는 초등학생 수준의 판단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80년대 ‘악의 제국’이라며 미국인들이 치를 떨었던 구 소련, 러시아가 불과 10년여만에 미국과 손을 잡고 새로운 악의 집단, 탈레반을 쳐부수는 ‘좋은 나라’로 둔갑하는 것이 국제무대의 ‘상대성 원리’이다.
그렇기는 해도 정치를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행위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부시의 이번 ‘악의 축’단정이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떤 나라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나라인가 불행하게 만드는 독재국가인가를 알고 싶으면 우선은 국민들의 표정을 살펴보면 된다. 사람들의 표정이 살아있으면 그런 대로 살만한 나라이고, 얼굴이 돌처럼 굳어서 무표정이면 국민들이 지쳐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가 있다.
부시대통령이 ‘미사일과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면서 국민을 굶주리게 하는 나라’라고 북한을 맹비난하기 며칠 전 워싱턴에서는 연방정부 산하기관인 국제종교 자유위원회가 북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북한의 인권탄압 실태를 보고한 사람들 중 한 독일의사가 끼여 있었다. 북한에서 의료활동을 펼치다 1년전 추방된 노베르트 폴러첸씨였다.
풀러첸씨는 1999년 7월 평양에 도착해 18개월간 북한 구석구석을 다니며 환자들을 돌봤는데 북한땅을 밟은 그날로 깨달아지는 것이 있더라고 했다. 사람들이 완전히 지쳐 있고 전혀 희망이 없어 한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에게 도무지 표정이란 게 없는 것이었다.
기쁠 때 많이 웃고, 슬플 때 많이 울며 희로애락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연구보고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웃고 울며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면역체계가 강화된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바이다. 그뿐 아니라 예를 들어 울음을 터트리면 몸안에 쌓였던 유해한 화학물질들이 눈물에 섞여 배출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평균수명이 긴 이유중의 하나가 참지 않고 잘 울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부시의 ‘악의 축’ 지칭에 대해 북한은 ‘선전포고’라고 반발했고, 김정일국방위원장은 전방부대를 시찰하며 “사생결단으로 싸워 결판을 보고야 말겠다는 투쟁정신”을 촉구했다. 웃음도 울음도 잃어버린 북한동포들의 표정이 앞으로 얼마나 더 굳어져야 할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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