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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봉현 편집위원>
제26대 미국 대통령 테오도어 루즈벨트가 19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은 1905년 러시아와 일본 두 나라간 평화조약을 이끌어 내는데 쏟은 공로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양측으로부터 서명을 받아내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회복하려는 루즈벨트의 집념은 대단했다.
한때 협상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기 위해 루즈벨트는 러시아와 일본 외교관들을 뉴욕주 오이스터 베이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양측 외교관들과 대화를 나눈 루즈벨트는 "바다 위에서 마음을 터놓고 협상을 계속하라"면서 이들을 대통령 전용 요트인 ‘메이플라워’에 태워 바다로 내보냈다.
루즈벨트는 요트 선장에게 "양측 외교관들이 평화안에 합의하기 전에는 절대 요트를 뭍으로 옮기지 말라"고 엄명했다. 요트 위에서 끝장을 보도록 한다는 단호한 결의는 회담을 급진전케 해 평화조약 체결로 이어졌고, 루즈벨트는 미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됐던 것이다.
1919년 미국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제28대 우드로우 윌슨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 유지를 위한 세계질서 재편의 밑그림을 그렸으며 그의 노력이 1918년 국제연맹 창설로 열매를 맺었다.
윌슨은 유럽제국 수반들과의 파리 베르사이유 평화회담에서 여러 차례 난관에 봉착했으나 다른 사안들을 양보하면서까지 국제연맹 창설계획을 관철시킬 정도로 평화정착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이처럼 루즈벨트와 윌슨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탈 만한 인물이었다.
테러와의 전쟁 덕에 국내에서 인기 상종가를 달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2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스웨덴의 우파정당인 진보당의 하랄드 네스비크 의원이 최근 "세계평화를 위협할 테러행위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함께 부시를 천거했다. 과연 부시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지 흥밋거리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장에는 "국가간 우호와 군비축소 및 제거, 평화회의 유치 또는 증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로 수상자의 자격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부시의 행보는 노벨의 유언과 반대 방향을 택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라크, 이란, 북한을 위협하며 확전을 불사하겠다는 태세이고 세계 군비경쟁을 촉발할 소위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도 강행할 방침이다. 노벨 위원회가 2년전 김대중 대통령에게 평화상을 주면서 그 근거로 든 햇볕정책에 심하게 딴지를 걸고 있다. 노벨 위원회의 심기를 건드리면 곤란할 터인데 말이다. ‘점수 따기’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가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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