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스케이팅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1위로 골인한 김동성이 상대방의 레이스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크로스 트랙’(Cross Track) 반칙으로 실격됐다는 장내방송이 나오자 희비가 교차했다. 김동성 측은 "오판"이라고 항변했지만 라이벌인 미국의 아폴로 오노 측은 "진로 방해"라며 심판들과 한목소리를 냈다.
"김동성이 약간 몸을 왼쪽으로 움직여 추격하는 미국 선수의 진로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뒤따르는 선수를 경계한 정도이지 실격 사유는 아니라고 본다"며 재경기를 갖는 게 공정하다는 주장도 나왔고, "김동성이 일등으로 골인하면서 관중이 야유를 퍼붓자 심판들이 흔들려 냉정한 판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는 ‘심판 자질론’도 거론됐다.
TV를 시청한 한 직장인은 "청소년 시기에 비뚤어졌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올림픽 4관왕에 도전한 오노를 미국인들은 처음부터 휴먼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어했다"며 서방 심판들의 ‘짜맞추기설’을 제기했다. 장내의 다른 스케이트 선수들조차도 "김동성에 바짝 붙던 오노가 갑자기 손을 높이 치켜들어 마치 김동성이 길을 막아 그렇게 된 것처럼 멋진 쇼를 했다"며 실격 판정에 고개를 저었다.
한 스포츠 전문가는 "오노가 다른 종목에서 넘어져 1위를 달리다가 억울하게 다른 선수에 치여 아깝게 은메달에 그치고 말았고 이번에는 은메달을 받아야 하는데 얼떨결에 금메달을 땄다"며 ‘억지춘향식’ 판정을 꼬집었다. 쇼트트랙 해설위원은 "주최측이 사전에 의도했던 대로 끌고 간 사기극"이라며 심판들을 ‘파렴치범’으로 몰기도 했다.
한국 선수단이 국제빙상연맹에 항의하는 한편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정식 제소키로 했지만 심판들이 한국 감독의 항의를 즉석에서 일축한 점을 감안하면, 남녀혼성 피겨스케이팅에서처럼 은메달 캐나다팀과 금메달 러시아팀이 다시 시상대에 올라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거는 ‘촌극’이 재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피겨 스케이팅은 미국 땅에서, 그것도 미국의 절친한 친구인 캐나다팀의 맺힌 한을 풀어주기 위한 싸움이었던 데 반해, 쇼트트랙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금메달을 빼앗으려는 시도로 비쳐질 테니 말이다.
미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 때, 일부이긴 하지만 반대시위가 일어나기도 했으니 이래저래 미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무튼 ‘남의 텃밭’에서 호령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임을 올림픽 경기에서 또 한번 보게 된다. 김동성 선수 자신과 김선수 실격판정이 잘못됐다고 믿는 팬들만 울화통 터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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