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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세계 최고의 신문을 하나 들라면 첫 손에 꼽히는 것이 월스트릿 저널이다. 부수가 180만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유료 인터넷 신문 중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다. 매일 55만명의 독자가 돈을 내고 이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 지천으로 널려 있는 뉴스 사이트 중 유독 이곳에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은 경제 분야에 관한 한 독보적인 권위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1889년 창간돼 113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이 신문은 다우존스 주가지수를 만든 다우존스 계열회사로 투자전문 잡지 바론스, 일반인을 위한 투자 잡지 ‘스마트 머니’, 월가의 대표적 통신 다우존스 와이어 서비스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즈니스 네트웍을 갖고 있다. 경제 전문지지만 정치나 문화 등 타분야 기사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널은 또 자기 기자를 아끼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년 전 유능한 젊은 기자가 사고로 죽자 한 면을 할애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지난 1월 말 납치돼 한달 간 세간의 관심을 끌어오던 월스트릿 저널 기자 대니얼 펄이 결국 무참하게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저널은 국무부와 파키스탄 정부, 기타 모든 라인을 동원해 펄의 무사 귀환을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38세의 나이에 저널 남아시아 지국장 자리에 오른 펄은 사내에서도 ‘뜨는 별’로 촉망받던 인물로 아내가 임신 7개월인 점을 감안, 아프간보다는 위험 부담이 적은 파키스탄을 택했으나 결국 변을 당했다. 펄의 아내는 "차라리 나를 대신 잡아가 달라"고 애원했지만 이 또한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미 언론들은 일제히 사설과 칼럼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작업을 계속할 것을 다짐했으며 부시 대통령까지 범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응징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펄 납치범 체포와 그의 구출이 주요 의제의 하나였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여러모로 특이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미군과 종군기자의 사망 비율이다. 적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미군은 지금까지 단 한 명인데 반해 이를 취재하다 죽은 기자는 펄 포함 10명에 이른다. 기자 사망률이 미군의 10배에 달하는 셈이다.
펄의 살해범들은 자신들의 소행을 서구의 기독교와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애국적 행위라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상대로 한 테러는 아무리 아름다운 이름으로 포장해도 야만적인 범죄에 불과하다. 대한 독립을 위해 일본 어린아이를 살해하는 안중근 열사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진실을 파헤치다 목숨까지 바친 펄 기자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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