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옥세철 논설실장>
중년 이상의 한국 남자들에게 필독서나 마찬가지였던 삼국지, 수호지 등은 이조시대에는 금서(禁書)로 취급됐었다.
사람의 목숨을 너무 경시하고 저항 정신, 다른 말로 하면 반역을 은연중 미화하고 있어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명말청초(明末淸初)때 문인 김성탄(金聖嘆)은 이런 삼국지, 수호지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는 최초의 본격적 의미의 문학비평가로 삼국지연의, 즉 소설로서의 삼국지 서문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성탄은 나중에 반역죄에 몰려 처형돼 생을 마감했는데 그의 처형과 관련해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평소 누워 죽느니 차라리 삼국지에 나오는 영웅 호걸들처럼 죽기를 원했다며 흔연히 자리를 박차고 나가 목을 늘이고 칼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람 목을 베는 내용으로 가득 찬 삼국지, 수호지 매니아다운 죽음이라고 할까. 사람 죽이는 이야기라면 징기스칸의 몽고군을 빼놓을 수가 없다. 몽고군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한 성의 주민은 물론 강아지까지 모든 생명이 도륙되는 일쯤은 예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몽고군이라고 마구잡이로 사람의 목을 벤 건 아니다. 적이지만 용감한 전사, 지휘관 등은 처형을 해도 절대로 목을 베지는 않았다. ‘품위 있는 죽음’을 허용해야 한다는 방침에서였다.
잔인한 정복자 몽고군이지만 이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측면도 있었다.
일본군은 예외였다. 2차대전 때 포로가 된 적군 병사, 즉 아무 저항의 능력이 없는 사람의 목을 치면서 일본의 무사도가 어쩌고저쩌고 하며 우쭐댄 그들이었다.
월스트릿 저널의 대니얼 폴 기자가 회교 광신주의 그룹에게 납치돼 살해됐다. 납치범들은 그의 목을 베고 그 장면을 비디오에 담았다. 너무나 끔직한 사건이다.
사람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사건은 전세계 어디서든지 발생한다. 그렇지만 이 사건에서는 어딘가 정치적 문화적 정신분열증세 같은 게 느껴진다.
이슬람 세계에 미국인, 특히 이스라엘계 미국인이 발을 들여놓는 사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게 납치범들의 의도인 모양이다.
그런데 그 방법이 너무나 비열했다. 살해 방법은 너무나 비인도적이었다. 사람의 목을 벤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의 존엄성을 여지없이 훼파한 사건이 펄 기자 납치살해 사건이어서 하는 말이다.
테러전쟁이 점차 문명충돌의 양상을 보여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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