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명씩 떼를 지어 모터사이클을 몰고 질주하는 폭주족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고 70년대 반전, 인권운동과 궤를 같이 하면서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서부지역에서 그 기세를 올렸다. 인적이 드문 외곽지역에서 굉음을 내며 몰려다니던 폭주족은 당초 제 멋에 사는 ‘스피드광’ 정도로 인식됐었으나 점차 세력다툼과 마약 등에 깊숙이 개입해 ‘사회 문제아’로 낙인 찍혔다.
폭주족 문화가 일본에 ‘수출’되면서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폭주로 털어놓았다. 일본 폭주족의 원조격인 ‘가미나리족’은 고교생과 자동차 수리공들로 구성돼 도로에서 ‘수평 타기’ ‘뒤로 타기’ 등의 곡예를 펼쳐 많은 사고를 냈다. 자동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모터사이클에서 승용차로 갈아탄 폭주족은 급발진, 고속 코너링으로 일반 운전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급기야 수백명 단위의 조직 폭력단으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폭주족의 기승으로 주민과 운전자의 피해가 증가하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들의 돌발행동을 포착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다. 한인사회도 빠질 리 없다. 불법 ‘카 레이스’를 벌이는 한인 청소년들이 늘고 있어 걱정이다. 한인타운은 물론 밸리, 팜데일 지역까지 번지고 있으며 로컬이나 프리웨이 할 것 없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로컬에서 시속 80마일로 달리는 폭주족도 있다 하니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폭주족은 거의 10대와 20대이며 이중 10대가 주류를 이룰 정도로 연소화 돼 있다. 그래서인지 겁이 없다. 장거리를 달리는 ‘투어링형,’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속도경쟁을 하는 ‘롤링형,’ 단거리 목표를 정한 뒤 동시 출발해 승자를 겨루는 ‘총알형,’ 만취한 상태에서 경주하는 ‘폭음형,’ 많게는 수천달러를 내거는 ‘도박형’ 등 폭주에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폭주족의 유형을 친구를 따라하는 ‘단순 참가형,’ 집단의 행동양식에 따라 동참하는 ‘공감 동일형,’ 폭주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심취형’ 등으로 나눈다. 경찰은 "폭주족은 죽으려고 작정한 청소년 같다"고 말하지만 폭주족은 "한번 맛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한다.
건물을 들이받아 절명하거나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차 밖으로 튀어나가 즉사하는 것을 보고도 개의치 않는 눈치다. 멀쩡하게 운전하거나 길을 걷다가 폭주차량에 받쳐 죽고 다치는 피해자만 억울할 뿐이다. 혈기방장한 폭주족을 교화하긴 힘들겠지만 자녀의 운전습관을 눈여겨보다 ‘이상증세’가 나타날 때마다 폭주의 위험성을 주지시킨다면 ‘예비 폭주족’을 줄일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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