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노나라에 반수라는 목수가 있었다. 도끼 하나만 손에 들면 못 만드는 것이 없고, 만들어진 작품이 정교하고 훌륭해서 하늘이 낸 기술이라는 평판이 자자했다.
그런데 어느날 한 젊은 목수가 도끼를 들고 솜씨 자랑을 했다. 자기가 만든 것을 내어 보이며 자화자찬을 하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반수의 집앞이었다. 그의 가소로운 행동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보다 못해 한마디를 했다.
“젊은이, 당신 등뒤의 집이 누구의 집인지 알기나 하나?”
변변치 않은 실력으로 당치않게 덤비는 것을 그래서 반수의 집 대문 앞에서 도끼를 가지고 장난치는 일, 즉 반문농부(班門弄斧)라고 한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 하면 공자 앞에서 문자 쓰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일이 된다. 그런데 정작 공자는 다른 말을 했다. 후배들이 자라서 선배를 능가할 수 있으니 후배를 두렵게 여기라며 후생(後生)이 가외(可畏)하다고 했다.
5일 캘리포니아 주지사 공화당 예비선거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놓았다. 정치 노장 리처드 리오단(71) 전 LA시장이 무명의 빌 사이먼(50) 후보에게 참패를 당했다. 리오단의 눈에는‘반문농부’쯤으로 보였던 당내 경선이 ‘후생가외’로 결판이 나고 만 것이다. 여유있는 웃음으로 시작한 리오단의 화요일은 일생일대의 고배와 함께 쓰린 가슴으로 막을 내렸다.
나이로 볼 때 정계 도전의 기회가 더 있을 것 같지 않은 리오단이고 보면 후회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한가지를 꼽자면 지나친 자만이다. 사실 사이먼을 격려해 선거에 내보낸 것도 같은 교회 교우이자 친구인 리오단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 자신은 출마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조지 W. 부시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실세들의 권유로 뒤늦게 출마를 선언했지만 공화당 예선전은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했다.
너무 상대가 안돼서 낮잠 자다 경주에서 진 토끼 같은 처지가 되고 말았는데 비슷한 일이 전에도 있다. 196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때였다. 8년간 재임하면서 인기 높았던 민주당 소속의 에드먼드 팻 브라운 주지사에게 그해 선거는 너무 쉬워 보였다.
공화당측 후보가 정치라고는 모르는 애송이였기 때문이었다. 브라운은 본선거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공화당 예선전에 끼여들어 그 애송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결과는 청천벽력이었다. 현직 주지사를 1백만표라는 엄청난 표차로 누르고 로널드 레이건이라는 신인이 정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사이먼을 상대로 맞은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의 앞에는 올 가을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 리오단의 참패가 타산지석이 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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