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기준이 영원한 것인지 때와 장소에 따라 바뀌는지는 인류가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다. 아프리카에서는 목이 길어야 미인으로 쳐 어렸을 때부터 목에 고리를 끼워 기린처럼 긴 목을 갖게 하는 부족도 있다.
그런 걸 보면 미의 기준이 상대적인 것 같지만 최근 발표된 한 연구결과는 이와는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갓난아이에게 이목구비가 반듯한 미인과 쭈글쭈글한 추녀 사진을 함께 보여줬더니 인종에 관계없이 미인 쪽을 오래 쳐다보더라는 것이다. 미의 어떤 부분은 불변이고 어떤 부분은 가변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미인의 기준 중 어느 정도 살이 쪄야 하는가는 후자에 속한다. 지금은 성냥개비처럼 바짝 마른 여성이 멋있는 것으로 돼 있지만 이는 최근 현상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근대 이전까지는 살이 찐 여성이 아름답다는 평을 받았다. 중세는 물론이고 근대 유럽 인상파의 그림을 봐도 미인은 대부분 풍만한 몸매를 지닌 여성들이다. 한국에서도 옛날에는 빼빼 마른 여성보다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여성을 ‘복스럽다’고 불렀다.
어쨌든 날씬한 몸매를 갖겠다는 욕망은 이제 선진국, 특히 미국에서는 거의 병적 수준에 이르고 있다. 미국인들이 살 빼기 위해 쓰는 돈은 연 300억달러가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뚱뚱해지는 미국인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1991년까지 만도 비만한 미국인은 전체의 12%에 불과했으나 1998년에는 23%, 2001년 27%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성인의 61%는 비만(obese)까지는 아니지만 정상보다 체중이 높은(overweight)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뚱보가 늘어나면서 비만은 아름답다 추하다를 떠나 중대한 보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매년 심장마비와 당뇨, 암 등 비만과 직결되는 병으로 죽는 사람은 30만명으로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4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담배 피는 인구는 지난 40년간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비만 인구는 증가일로를 걷고 있어 비만이 흡연을 제치고 제1의 사망원인으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얼마 전 연방 보건국장이 비만의 위험성을 경고한 데 이어 최근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흡연이나 음주보다 더 많다는 UCLA/랜드 보고서가 나왔다. 비만자는 정상인에 비해 의료비는 36%, 약값은 77%를 더 쓴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경제 손실만도 연 1,100억달러가 넘는다. 반면 흡연자는 의료비 2%, 약값 28%만을 더 지출하며 상습 음주자의 의료비용은 이보다도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하면 체중을 줄일 수 있는가는 누구나 안다. 저지방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는 것이다. 뚱뚱함은 단지 놀림감이 되는데 그치지 않고 생명을 위협한다. 스스로 비만자라고 생각되면 오늘부터라도 살빼기 결심을 새롭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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