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창조적인 소수가 다수의 집단을 이끌어간다고 하였다. 우리 미주 한인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누가 한인사회의 대표 단체인가? 한인회장과 그 팀이다.
한인회가 정부기관처럼 한인들에게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나 한인들이 그 대표성을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성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한인회나 회장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인회장은 한인사회를 위해 참신하고 창조적인 지도력을 발휘할 도덕적 의무를 먼저 다해야 한다. 한인회장은 봉급도 받지 않는 자원봉사자이기 때문에 더욱 한인사회의 얼굴로, 공인으로 대접받는다.
과거 한인회장 선거에서 종종 감투나 이권 등 저의를 품고 몇 사람으로 파당을 만들거나 상대경쟁자의 허점을 폭로, 또는 중상 모략하여 선거 후 법정에까지 가는 추태를 벌이거나 당선 후 부회장, 임원 및 이사의 수를 너무 늘려 감투를 나눠먹는 식의 인상을 주는 실례를 한인들은 많이 목격해 왔다. 그래서 한인회의 위상과 성실성이 떨어지고 무용론까지 대두되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몇 년에는 경선을 피하거나 선거후 큰 후유증 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을 만큼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여전히 2세들은 기성세대를 불신하거나 위선자로 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들은 1세가 지금까지의 관행을 바꾸지 않고 한인사회의 주도권을 계속 걸머지고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에 1세가 세운 한인사회에 희망을 걸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자기들끼리 네트웍을 형성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미 한인사회의 세대 차이가 자꾸 벌어지고 있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우리는 하이텍의 급류로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히 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거기다가 2003년 1월13일이면 미주 한인이민 선조가 미국에 온지 100년이 된다. 오늘의 한인사회가 실제로 형성되기 시작하기는 1960년 중반부터라고 해도 35년이 넘었다. 한 세대가 30년이라면 이미 한인사회는 새 세대로 바뀌는 중이다. 사실 1세는 은퇴하기 시작했고 이미 1.5세나 2세, 심지어는 3세까지 사회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올해에 각 지역 한인회장이 되는 분들은 미주 한인이민사의 역사적인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 이 전환기의 한인회장들은 후세의 번영을 위해서 1세가 주도하는 한인사회와 차세대가 중심이 될 한인사회를 연결해야 할 역사적인 사명까지 짊어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진부한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는 회장상(會長像)은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차세대가 말하는 1세의 관행은 대체로 정직하지 않고 권위주의적이고 한국 지향적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본이 되려면 지도자로 나서는 이들은 한국에서 갖고 온 옛 관습을 탈피했거나 시도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직, 권위주의, 인권 등의 문제를 바로 잡기는 평생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한국 지향성의 문제는 생각만 바꾸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조국을 사랑하지만 내 몸이 미국에 살고 있는 이상 여기가 제2조국이다. 결국 이 땅에 나의 뼈를 묻고 내 자손들이 나의 묘지를 돌볼 것이므로 "여기가 내나라"라는 확고한 주인의식을 깨달으면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이 땅에 애착이 생기고 삶의 의욕과 꿈과 비전과 창의력이 나오는 법이다. 새 한인회장은 한국 정치판을 기웃거리기보다는 미주 한인사회 발전을 위한 지혜와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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