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박찬호(28)가 5년간 7,100만달러를 받기로 하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바로 그 날, 일본의 ‘토네이도’ 히데오 노모(33)는 2년간 1,3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메이저리그 친정팀 LA 다저스로 복귀했다. 다저스는 또 일본프로야구의 좌완특급투수 카즈히사 이시이(28)를 4년 1,230만달러에 사인했으며 이시이를 잡기 위해 그의 전 소속팀 야쿠르트 스왈로우스에 이적료 1,126만달러를 지불, 이시이에 4년간 총 2,356만달러이상을 투자했다. 이들 3명은 메이저리그에서는 드문 극동출신의 탑 투수라는 공통점과 함께 특히 이번에 노모와 이시이가 다저스에서 박찬호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인연이 얽혀 앞으로 끊임없는 비교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비교는 실제 세상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수 년 전부터 미국인들의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환상의 세계, ‘환타지 베이스볼(Fantasy Baseball)’에서도 이들은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다. ESPN은 최근 환타지 베이스볼 코너에서 특별히 이들 3명을 따로 떼어내 직접 비교, 관심을 끌었다. 과연 환타지 베이스볼 구단주에게 이들 3명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다음은 모든 것을 통계 수치로 바라보는 환상의 세계에 비춰진 동양 특급 3인.
올해 환타지 베이스볼의 가장 큰 미스테리는 단연 이시이. 만약 그가 노모의 첫해만큼만 성적을 내준다면 엄청난 스틸이지만 지난 1997년 큰 기대를 모았던 또 다른 일본투수 히데키 이라부처럼 죽을 쒀 많은 환타지 구단주들의 시즌을 망칠 ‘폭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라부와 노모, 그리고 이시이의 일본 프로야구 성적을 비교해보면 이시이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점칠 수 있다.
이시이의 가장 큰 문제는 포볼이 너무 많은 것과 너무 잘 다친다는 점. 이시이는 일본에서 생애 최고의 해였던 지난 98년 241개의 삼진을 잡고 113개의 포볼을 내줬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200삼진을 돌파한 10명중 포볼이 100개가 넘은 투수가 하나도 없다는 것과 비교하면 이시이의 컨트롤 부재를 알 수 있다. 또 이시이는 잦은 부상으로 지난 2년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선발로 21게임이상을 나선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여러 불안요소에도 불구, 이시이는 기타 통계수치가 좋은 것은 물론 투수에게 유리한 다저스테디엄에서 던진다는 점에서 최소한 이라부보다는 훨씬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타지 드래프트에서는 15∼16라운드급 선수.
한편 꺼져가던 커리어를 부활시킨 노모는 지난해 거의 모든 환타지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않았으나 올해는 상당한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7년이후 처음으로 방어율을 4.50 이하로 끌어내릴 것이 거의 분명하다. 18∼19라운드급.
마지막으로 박찬호는 지난 6년 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리그를 바꿨다는 점에서 불확실하기는 이시이와 대동소이하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던 99년 시즌을 빼면 박찬호는 매년 승, 삼진, 방어율 등 모든 면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올려온 뛰어난 환타지 투수였다. 그렇다면 왜 올 봄 환타지 드래프트에서 박찬호가 환타지 구단주들로부터 상위 라운드에 외면당하고 있을까. 휘발유에 성냥을 그어대면 불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레인저스의 홈구장인 알링턴 볼팍은 덴버 쿠어스필드를 제외하면 투수로서 가장 던지기 어려운 곳. 홈팀, 원정팀에 관계없이 투수들은 알링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더욱이 박찬호는 다저스테디엄을 벗어나면 고전을 면치 못한 투수로 지난 3년간 원정성적(318.2이닝- 방어율 4.72)은 데이브 버바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다. 박찬호는 지난 3년간 75개의 홈런을 맞았는데 그 수치는 텍사스에서 더 올라갈 것이다. 환타지 관점에선 10∼11라운드 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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