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매서추세츠에서는 80대의 한 할머니가 시정부와의 재판에서 승리, 20만달러를 배상받게 되었다. 10여년간 시정부 소속 파트타임 직원으로 일했던 이 할머니는 어느날 ‘너무 늙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자 ‘나이 차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충분히 일할 능력이 있는데 일을 빼앗다니…”
할머니가 분해했을 것은 당연하다. 이번 할머니의 재판 승리는‘나이 들면 이래저래 서러운 것 많은’노인들에게 모처럼 속시원한 소식이 되었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재판결과를 누구나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너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직업이 다름 아닌 운전기사직이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승객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는가”가 또 다른 이슈로 제기되었다.
‘언제 자동차 열쇠를 포기하느냐’는 미국 노인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민감한 사안이었다. 평생 발이 돼주던 자동차를 어느날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노인들에게 ‘사회적 죽음’에 비교되는 중차대한 일. 가능한한 운전대를 놓고 싶지 않은 것이 노인들의 심정이다. 그러나 운전은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보니 노인들의 운전은 그 자녀들을 항상 불안하게 한다. 한인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LA의 회사원 P씨는 지난 몇 년간 밤이고 낮이고 교통경찰의 호출로 불려나간 것이 몇번인지 모른다. 70대의 아버지가 가벼운 접촉사고부터 큰 사고까지 사고가 잦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운동신경이 둔하기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을 상황에서 종종 앞차를 들이받습니다. 이민가정 형편상 할아버지·할머니가 아이들 등하교를 맡는 가정이 많은데 사실 참 불안한 일입니다”
운전은 기본적으로 상황을 감지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3단계로 이루어진다. 1마일 운전에 보통 이런 결정이 20번씩 이뤄진다고 한다. 때로는 0.5초만의 결정과 행동으로 사고를 모면하기도 하는데 노인이 되면 이 모두가 굼뜨니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65세 이상 연령층의 운전 마일당 사고 위험은 10대 청소년 다음으로 높고, 사고시 사망률은 25-64세 연령층보다 17배가 높다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아버지가 운전을 그만 두시면 제일 안심이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자동차는 노인들에게 기동성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독립성을 유지하는 수단이자, 사교생활의 필수품이고, 조금은 과시욕을 만족시키는 수단이기도 하지요”
남가주 한인사회에서는 지난 1월말 손녀 학교에 갔던 60대 할머니가 운전부주의로 20여명에게 중경상을 입혔고, 지난 3월초에는 60대 노인 운전자가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 ‘자동차 열쇠’ 언제 포기할 것인가. 노인들은 가끔씩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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