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한국인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말속엔 얼이 있다. 태평양 너머 이역만리 타향에 살면서도 한국어로 쓰여진 신문을 읽고 한국어 방송을 듣는 우리들. 세계화, 미국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철저한 한국화가 아닐까. 올해로 8년째, 해돋는 교회가 운영하는 토요한글학교에서 무료로 뿌리교육 봉사를 하고 있는 김순영(42·주부)씨는 자라나는 2세들에게 우리 땅 우리 얼을 심어주는 보람으로 가슴이 뿌듯하다.
한참 뛰어 놀고 싶은 나이에 스스로 한국 학교를 찾는 어린이는 없다. 부모님의 성화에 강제로 끌려나온 아이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어색한 몸짓으로 어깨를 으쓱, "아이 돈 노우"를 내뱉으며 낄낄 장난을 치고 심드렁하게 교실 한쪽 구석에 앉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은 아무리 무관심한 태도를 보일 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입과 귀가 열린다는 것이다.
그녀의 한국 학교 클래스에 참여해 보니 영어 처음 배울 때가 생각난다.
문법이 중요하면 뭐 하나. 공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흥미 유발. 팝송 한 곡을 부를 줄 알게 되면 보너스로 많은 단어와 문법을 통달할 수 있었던 기억을 갖고 있는 그녀는 학생들에게 자주 한국 노래를 가르쳐준다. 어릴 적 난로 곁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한국 전래 동화는 우리들 언어 학습에 있어 얼마나 도움이 됐던가. 듣기는 물론, 뿌리 교육도 되는 한국 전래 동화를 읽어줄 때 그녀는 목소리를 변조해가며 콩쥐가 됐다가 금새 팥쥐가 되기도 한다.
뭉툭한 연필 끝을 꾹꾹 눌러 받아쓰기를 하는 학생들의 공책을 보면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삐뚤삐뚤 춤을 추는 학생들의 글씨체는 쓴다는 것 보다 그린다는 표현이 훨씬 더 어울릴 판. 아무리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시대지만 학생들에게 디귿 자를 한 번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두 번의 획으로 나눠 써야 함을 가르치는 것은 기초 학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자기 공부가 없이 어찌 남을 가르칠까. 남가주 한국어 교육 연합회에서 한국어 교사 강습을 마련할 때면 빠짐없이 참여해 자기계발에 힘쓰기도 한다. "날마다 꾸준히!" 어떻게 한국어 교육을 시키느냐는 학부모들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은 이 한 마디로 일관한다. 매일 아주 잠깐씩이라도 영어를 한 마디도 쓰지 않고 제대로 된 한국어로 자녀와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한국어 교육의 왕도라는 얘기다. 토요일 한국 학교에 보내는 것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의 교육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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