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마킷의 손님들은 ‘프로스티드 플레익스’ 시리얼이나 ‘그린 자이언트’ 콩 깡통의 진열방식에 신경 쓰지 않지만, 매니저들에게 어떤 물건을 팔고, 어떻게 진열할 것인지는 매장의 손익이 갈리는 고도의 특수과학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출판된 한 연구가 식품들을 품목별로 잘 관리할 방법을 찾아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3개 대학 교수가 공동 저술한 이 논문은 자기들이 소비자 및 그로서리 매니저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토대로 개발한 새 모델을 적용할 경우 식품점의 이윤이 25%나 증가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연구자중 한사람인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 교수 크리스토퍼 탱은 "한정된 진열 공간에 어떤 제품을 놓을까로 고민하는 상점들이 많은데 이 방법은 진열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최고의 이익을 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효율적인 진열은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데 최근 수퍼마킷들도 규모가 커지면서 진열 공간 역시 확대됐으나 해마다 신제품들은 훨씬 빠른 속도로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보통 식품점은 3만가지 아이텀을 판매하나 그것도 수십만가지중에서 추려낸 것이다.

그러므로 자칫 잘못 선택했다가는 손님은 떨어지고 재고만 쌓이게 되는 것이다.

식품소매업소들은 소프트 드링크나 병물, 샐러드 드레싱등의 품목별로 어떤 제품을 진열하고 어떤 제품을 제거할지, 얼마나 많은 양을 어디에 놓을지를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라 알려진 방법에 의존해왔다. 8년전 도입된 이 방법은 테크놀로지 발달로 최근 몇 년사이에 더욱 개선됐으며 소매상들은 계산대에서 팔린 제품을 스캔해서 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반영시켜서 손님이 어떤 물건을 사고 어떤 물건을 사지 않는지를 분석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이 잘못인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 탱, 유니버시티 오브 펜실베니아 와튼 스쿨 교수 텍-화 호, 싱가포르 국립대 비즈니스 스쿨 교수 쥔-콴 청의 주장이다. 수퍼마킷 체인들은 품목 관리시 잘 안팔리는 물건은 진열대에서 없애 버리는게 70%의 경우인데 그때 한 제품과 다른 제품과의 관계나, 그것을 제거함으로써 나머지 제품의 매상에 미칠 영향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랍스터 비스크중 한 브랜드가 잘 안 팔리면 대부분 없애버리고 그 자리를 더 잘 팔리는 수프로 채워 넣지만 그것이 다른 수프와 섞으면 소스를 만들 수 있는 독특한 제품일 경우, 없앴다가 다른 수프 매상마저 떨어질지 모르므로 차라리 다른 크림 오브 치킨 수프를 치우는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포테이토 칩, 바비큐 소스, 커피, 냉동 피자. 소시지와 핫독등을 품목별로 분석한 이 연구는 업계 간행물인 ‘매뉴팩처링 앤드 서비스 오퍼레이션 매니지먼트’ 1월호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자기들의 모델은 ‘매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소비자 행태’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카테고리 매니지먼트와 다르다고 말한다.

이들은 시카고시내 5개 대형 수퍼마킷의 스캐너 데이터 2년치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브랜드 충성도가 낮아졌고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수퍼마킷에서 손님들은 다양한 브랜드의 비슷한 제품보다는 소수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의 예를 들자면 여러 브랜드의 같은 맛을 진열하지 말고 같은 브랜드의 여러 가지 맛을 제공해야 손님들은 선택범위가 다양하다며 좋아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