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매스터스에서 또 우승했다. 세번째 매스터스 챔피언인데다 지난해에 이어 연거푸 우승했다. 매스터스는 골프계의 올스타 쇼다. US오픈처럼 커트라인을 통과한 골퍼들의 경기가 아니고 매스터스 준비위원회에서 초청한 프로들만이 경기에 참가할 수 있어 이렇다 하는 골프계의 스타들은 모두 출전한다.
타이거 우즈는 올해 26세다. 1996년 프로로 전향한 이래 PGA 경기에서만 31승을 거두었고 메이저 타이틀만 6개를 거머쥐고 있다. 재작년에는 메이저대회를 휩쓸어 타이거 슬램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PGA 경기에서 다른 선수들은 타이거의 들러리를 서기 위해 나오는 것밖에 안 된다. 그를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는 앞으로 어떤 기록을 더 만들어낼 것인가. 그는 불멸의 신화를 만들어낼 것인가. 아니면 수퍼스타 선에서 주저앉는 거품이 될 것인가. 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전 세계가 신동 출신의 이 젊은이를 지켜보고 있다.
정상급에 이른 프로골퍼에는 수퍼스타급이 있고, 전설적인(Legend) 인물이 있고, 다음에 위대한(The Greatest) 골퍼가 있다. ‘위대한 골퍼’의 대표적 인물은 바비 존스다. 그가 위대한 골퍼로 존경받는 것은 골프 역사상 유일무이한 그랜드슬램이 되었다고 해서가 아니다. 그의 탁월한 인격이다. 1925년 US오픈 때의 일이다. 선두를 1점 차이로 달리던 그는 어드레스를 하다가 볼을 건드렸다. 누구도 본 사람이 없었다. 그랬는데도 자진신고하여 벌점을 받았으며 이 때문에 1점 차이로 US오픈 챔피언을 놓치고 말았다. 그는 매일 골프연습만 하는 프로가 아니라 변호사였으며 평소 자기 업무에 충실하면서 주말에 두어번 치는데도 골프 신화를 낳은 인물이었다. 이어 그랜드슬램을 하자마자 28세에 은퇴를 선언하고 어거스타 내셔널 컨트리클럽을 만들어 ‘매스터스’를 탄생시킨 매스터스의 진짜 원조다.
다음으로 ‘위대한 골퍼’ 서열에 오른 사람은 아놀드 파머와 잭 니콜러스다. 파머는 TV시대와 함께 골프 대중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며 그의 박력 있는 게임 때문에 골프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로 꼽히고 있다. 오죽하면 심프슨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내놓은 에드워드 8세가 "영국 왕이 아니었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기자 질문에 "아놀드 파머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을까.
잭 니콜러스는 골프의 각종 신기록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위대한 골퍼로 꼽힌다. 100여개의 PGA 우승에 18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22세에 US오픈 챔피언을 했는가하면 46세에 매스터스를 다시 우승하는 기염을 보였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라고 불릴 정도였다. 미국 프로골프계는 아놀드 파머와 잭 니콜러스의 은퇴를 앞두고 수퍼스타가 없어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기 직전 타이거 우즈라는 구세주(?)를 만났으며 타이거 덕분에 골프산업 전체가 활기를 띠고 있다. 타이거가 참가하지 않는 PGA 경기는 맥이 빠져 있고 그가 출전하는 대회는 항상 입장권이 매진될 정도다. 기술뿐만 아니라 인기 있는 골퍼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타이거는 ‘위대한 골퍼’가 될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단 한가지 유감스러운 일은 그와 대적할 만한 수퍼스타가 없다는 점이다. 잭 니콜러스에게는 아놀드 파머가 있었고, 파머에게는 벤 호건이 있었다. 그리고 벤 호건에게는 샘 스닛, 진 사라센이 있었고 바비 존스에게는 월터 헤이건이 있었다. 타이거 우즈에게는 그런 상대가 없다. 태권도 9단이면 같은 9단이나 8단 정도와 싸워 이겨야 스릴이 있지 9단이 2단이나 초단들을 거느리고 다니며 왕 노릇을 한다면 구경도 한두 번이지 나중에는 게임이 싱겁게 된다. 이것이 타이거 우즈 시대에서 타이거 우즈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모든 경기를 그가 휩쓴다면 TV 시청률도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떨어질 것이다. 타이거 우즈는 너무 앞서가고 다른 프로들은 너무 뒤쳐져 있는 것이 타이거 선풍의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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