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부터인가 내 머리에 흰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울을 보면 서글퍼졌다.
저녁에 막내를 불러서 흰머리카락 하나에 10센트를 줄테니까 뽑아주렴 했더니 처음에는 신나게 열심히 뽑았다.
날이 갈수록 아이가 힘들어 하면서 10센트 안 갖고 싶다고 했다.
막내가 하는 말 "엄마, 너무 많아져서 힘들어"
그래, 맞아. 언제부터인가 내 머리에 흰머리가 하나 둘씩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릴 적에 할머니께서 쪽집게로 흰머리를 뽑으시는 것을 보면서 ‘왜 저걸 뽑으시나’ 했던 기억이 났다. 그 때는 ‘그냥 두시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나이가 들고 보니 할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았다.
할머님께서 나이가 드셨는데도 계속 흰머리를 뽑으셔서 우리 아이들이 "할머니, 자꾸 뽑으시면 할머니 대머리 되신다 " 하고 놀린적이 있다.
그래도 할머님 마음엔 까만 머리가 더 좋으신가보다.
요즈음은 할머니 머리에 까만 머리가 다시 난다. 참 신기하다. 할머니 머리는 까만머리가 되고 어머니 머리는 하얀 머리다.
내가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의 얼굴에 주름이 지고 흰머리가 하나 둘씩 나는 것을 보고 몹씨 서글펐던 적이 있다. 고우시던 얼굴에 주름이 지고 흰머리가 자꾸 많아지니까 가슴이 아팠다. 물론 흰머리만큼 연륜도 더해지는 것이지만... 그래도 내 마음속엔 어머니의 아름답고 젊은 모습을 항상 간직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어머니날이 가까워오니 그 동안 못해드렸던 효도에 부끄러움이 앞선다. 이제는 흰머리가 너무 많아서 뽑으실 수도 없는 연세가 되셨는데 물들이는 것도 싫다고 하시면서 있는 그대로 살고 싶다고 하셨다. 우리가 자란 만큼 어머니의 머리엔 흰머리가 많아졌다.
오랜 시집살이에 고생의 무게만큼 흰머리도 많아지신 것 같아서 지금도 어머니의 머리를 보면 눈물이난다. 유난히 피부도 곱고 희셨던 어머니 얼굴에 이제는 주름으로 가득진 것을 보면 가슴이 저려왔다. 우리 아이들이 지난 어머니날 "엄마, 주름 방지 크림이야, 주름 많이 늘지마" 하면서 영양크림을 거금을 주고 선물했을때 눈물이 핑 돌았다. 이번 어머니날에는 나도 어머니 얼굴에 주름 펴지는 영양크림을 듬뿍 발라 드려야지. 또 내가 직접 어머니 머리에 까만 물을 사다가 드려 드려야지.
나도 어느날 까만 머리보다 흰머리가 많아지는날 아이들 앞에서 노년의 흰머리는 노인의 면류관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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