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의과대학 1년생이된 조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의학의 발전과 새로운 지식의 홍수로 옛날과 같은 4년제 과정으로 의학공부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발견된 질병들, 더 깊이 들어간 학설과 이론, 기술 등등으로 ‘전문’에서 ‘특수전문’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이 의료분야의 현실이다.
그러나 전문화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인간관계 보다 기술적인 면에 더 치우치게 되면 의사라기보다 기술자에 지나지 않게 된다. 말하자면 교향악단이 교향곡을 연주하면서 바이올린 연주만 잘 한다면 작곡가의 내면적 정신세계는 고사하고 전체적 흐름도 파악하기가 힘들어진다.
치료에는 최첨단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환자의 전체적인 면 즉, 환자의 정신상태, 사고방식, 생활습관 혹은 가족관계까지도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 얼마전 초기 암이 발견되어 혼자서 여기저기 알아보며 치료를 받으러 다니던 환자 한 분이 엉뚱하게도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주치의가 있어서 의료상담을 계속 했으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주치의란 개념이 상식화 되어 있으나 동양권 특히 한국사람들에게는 부족한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의 충고나 의견이 의사들의 진료보다 앞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문성이나 검증이 결여된 치료방법은 많은 경우 병을 돌이킬 수 없게 악화시키거나 심지어 생명까지 잃게 한다.
또한 처방된 치료약을 나눠 먹는 것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어떤 혈압약은 천식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가 있고 어떤 당뇨약은 간이나 신장환자에게 치명적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들에도 의견을 물어볼 수 있는 주치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주치의라고 해서 모든 병을 혼자서 진찰, 치료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모든 질환의 80%내지 90%정도는 특수전문이 아닌 일반의사가 치료할 수가 있다. 그 나머지 전문성을 요하는 질환도 어떤 방향으로 어디에 어떻게 진단과 치료를 의뢰해야 하는지는 주치의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주치의’라는 전문분야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주로 가정의,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들이 맡고 어떤 분야의 의사라도 상관없다고 생각된다. 단, 주치의는 오랜 기간 의사와 환자가 알고 지내면서 상호간 신뢰와 존중이 형성된 관계라면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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