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의 달 기획 - 떠도는 10대들
▶ 부모들 이혼, 추방, 사망등으로 수용시설, 친척집 전전
단란했던 가정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졸지에 산산조각나 오갈데 없는 처지가 돼 거리를 헤매는 한인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 청소년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런 환경변화로 술과 담배를 하고 마약까지 손대 타락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 자살까지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이 자기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10대들이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의 삶을 살고 있지만 이들을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정의 달을 맞아 이같은 불우 청소년들을 위한 커뮤니티의 관심이 시급하다.
올해 18세인 K모군.
K군의 어머니는 2년전 어느날 아버지와 크게 다툰 후 집에 불을 질러 방화혐의로 체포됐다. 영주권자였던 K군의 어머니는 형무소에서 2년을 복역한 후 곧바로 한국으로 추방됐다. K군의 아버지는 K군과 여동생(6)을 버리고 라스베가스로 훌쩍 떠났다.
여동생과 함께 포스터홈에 맡겨진 K군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일주일만에 포스터홈에서 도망쳐 나왔다. 한달간 길거리를 전전하던 K군은 샌타모니카의 해변가로 가서 수면제 100알을 삼키고 정신을 잃었다.
K군이 정신을 차린 곳은 시내 한 병원. ‘죽는것도 어렵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K군은 우여곡절 끝에 한인이 운영하는 선교회에서 마련해준 셸터에 머물며 고교졸업장을 취득하는 대로 군대에 갈 계획이다.
무남독녀인 C(17)양은 2년전 어머니와 아버지가 암으로 한꺼번에 세상을 떠나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케이스. 삼촌 집에 맡겨진 C양은 어린 나이에 술과 마약에 손을 대는 등 사고뭉치로 전락, 1년뒤 삼촌집에서 쫓겨났다.
친구집을 계속 전전하며 꿈도 희망도 없이 막연하게 살던 C양은 어느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손목을 여러차례 면도칼로 그었으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한인청소년 선도단체의 도움으로 한인타운에서 하숙집을 구한 C양은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한숨을 내쉰다.
K모(17)양은 13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 이혼 두달만에 아버지는 범죄를 저질러 형무소에 수감됐고 어머니는 이혼의 충격으로 우울증세를 보인 끝에 짐을 싸들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친할머니에게 맡겨진 K양. 혈기왕성한 사춘기 소녀를 노인이 콘트롤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할머니 몰래 집을 빠져나가기 일쑤였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일찍부터 술과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결국 할머니 집을 뛰쳐나온 K양은 친구집을 전전하다 서울서 온 유학생 룸메이트를 만나 함께 생활하고 있다. K양은 유명한 패션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한 청소년 단체 관계자는 "남가주에서 매년 20~30여명의 한인 10대들이 가정이 파괴돼 오갈데 없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며 "상당수는 포스터홈으로 가지만 대다수는 적응에 실패, 결국 도망쳐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한 가정문제 상담소 관계자는 "버려진 아이들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다수 한인들이 이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갈곳없는 청소년들을 위한 보금자리 마련에 한인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보탰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청소년 단체는 집없는 청소년을 위해 거처를 마련해주는 사업을 추진중이며 내년중으로 LA한인타운에 4유닛 아파트를 구입, 청소년들의 보금자리로 운영할 계획이다.
<구성훈 기자>shgo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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