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창피하다. 환멸을 느끼게 한다. ‘부모님께 면목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고개를 떨군 채 검찰청사로 들어가고 있는 홍걸씨의 모습. YS의 차남 현철씨 구속사태가 5년만에 재연된 느낌이다.
군사정권의 대통령들이 차례로 구속된다. 문민시대에는 대통령 대신 아들들이 잇달아 구속된다. 진기록이다. 비리공화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한국인이란 게 창피할 지경이다.
홍걸씨 사건은 위선으로 가득 찬 권력, 그 권력의 부도덕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환멸이다. 또 그 결과 민주화 허무주의만 확산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비극이다.
이번 사건은 미주 한인사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아오고 있다. 성찰의 기회도 되고 있다. 홍걸씨가 팔로스버디스에 거주하면서 LA 한인사회와 접촉을 해왔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말하자면 권력형비리로부터 미주 한인사회가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보다 심각한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권력형비리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예외 없이 적용된다. 불에 뛰어드는 나방이와도 비교될 수 있다. 권력이 있으면 뭔가 대가를 바라며 사람들이 몰려든다. 가수요가 창출된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권력형비리는 서서히 발효되는 것이다.
평통 회장이라는 사람이 대낮 공항에서 대통령에게 큰절을 올린다. 대통령이 미주방문 길에 동포 간담회라도 열었다 하면 온통 난리다. 자신을 초대해 달라는 사람들의 유형무형의 압력에 공관들이 일을 볼 수 없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갈 것도 없다. 본국의 ‘실세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미주 방문에 나섰다고 해도 항상 인산인해다. 평통 인선 때면 타운이 여간 어수선한 게 아니다. 온갖 줄을 동원해 평통 직함 하나 따려는 사람들 때문이다. 실세로 비쳐지는 대통령 아들이야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게 미주 한인사회의 현실이다. 호가호위(狐假虎威)에 안성맞춤의 풍토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한국 권력층의 부정부패는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새로 정부가 들어서면 먼저 내거는 게 부정부패 척결이다. 그런데도 부정부패는 사라지지 않고 대통령 아들 구속이라는 상황이 5년만에 재연되는 이유는 뭘까. ‘권력에 즐겨 굴복하는 한국인들의 이중성’ 때문이다.
’대통령의 아들이 비리로 구속된다’-. 손가락질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주변부터 한번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 권력형비리에 혹시 공범 역할을 한 것은 아닐까 하고. 스스로 품위를 지키는 미주 한인사회. 그게 언제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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