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가지 분야에 걸친 질문으로 된 ‘실생활 적성 검사’
한 변호사가 맏딸 졸업선물로 구상한지 8년만에 출판
SAT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원하던 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거나, 대학을 ‘수마 쿰 라우데’로 졸업하고 고액 연봉의 모두들 선망하는 자리에 취직이 된 졸업생들은 자신만만해서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떼어놓으려는 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할 일 다 했고, 갖출 자격 다 갖췄다고 생각하면 오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아마 자기 생각보다 훨씬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워싱턴 DC의 변호사인 호머 E. 모이어는 그 자신 많은 자격을 갖춘 사람이지만 그보다는 4남매를 키운 아버지이자 "RAT"라는 책을 쓴 사람의 입장에서 그렇게 말한다. 그가 최근 내놓은 ‘RAT’(Real-World Aptitude Test: 실생활 적성 검사)를 치르고 나면 자신이 과연 집을 떠날 채비가 된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SAT처럼 200~800점을 받게 되어 있는 RAT는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온갖 문제들을 해결할 지식과 기술, 알만한 가치가 있는 일, 모르면 위험한 일, 자신에게 유리한 것들을 판단할 지혜의 측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자 "순모 스웨터를 건조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맥주, 에틸알콜, 위스키, 포도주중 알콜 도수가 가장 높은 것은?" "복리란 무슨 말이며 100달러에 연간 10%씩 이자가 붙으면 어떻게 되는지?" "미국 국가의 첫 번째 소절은?" 등등이다.
집안 살림부터 전기, 도박, 순수미술에 이르기까지 모두 30가지 분야에 걸친 질문들을 선다형, OX, 괄호 안에 써넣기 등등으로 대답하게 하는 이 시험말고도 모이어는 같은 제목의 353페이지짜리 페이퍼백 책을 내 수험생들이 A를 받도록 돕고 있다. 관계 자료 및 웹사이트들을 풍부히 소개하고 유머까지 곁들인 책이다.
"시험을 치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RAT는 SAT보다 훨씬 우수하고 우호적인 시험입니다. 편안하게 자기 집에서 봐도 되고 시간 제한도 없으며 두 번이건 세 번이건 마음대로 칠 수 있거든요"라고 서문을 시작한 모이어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정답이 책 뒤에 있다는 것이고 점수가 몇 점이건 대학이나 고용주, 타이어도 갈 줄 모른다고 자신을 비웃었을 동료에게 보내지지도 않습니다"라고 쓰고 있다.
졸업시즌에 맞춰 서점에 나온 ‘RAT’는 모이어가 처음 쓴 책은 아니다. ‘수출 통제’ ‘법과 군부’ 같은 묵직한 주제를 다룬 저서들이 연방 상무부 법률 고문을 지내고 미국 변호사협회의 전 공산국가를 위한 법조개혁 프로젝트를 시작한 국제 대기업 자문변호사의 배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RAT를 8년 전, 맏딸의 고등학교 졸업선물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자신들의 맏아이가 가정이라는 둥지를 떠나 세파를 얼마나 잘 헤쳐갈지를 아내와 함께 궁금해하다가 착수한 프로젝트였는데 가족과 친구들이 재미있어 해서 몇 챕터 빼고 몇 챕터 추가하다보니 맏딸은 대학을 다니고 둘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가 됐다.
그때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로 시험을 하면서 3~4년이 지나는 동안 두어 개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셋째가 대학, 막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는 지금에 이르러 달라스의 캐피털 북스가 출판을 하면서 앞으로 ‘부엌 RAT’ ‘새 부모 RAT’ ‘여행 RAT’ 등 RAT 시리즈를 낼 가능성도 갖게 됐다.
모이어의 모교인 에머리 대학 동창회는 이 19달러95센트짜리 책을 교재 또는 부교재로 하여 ‘라이프 101’ 같은 교양강좌를 개설할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밥 페닝튼 에머리 대학 부총장은 MBA, JD등 4개의 학위를 갖고 있지만 RAT 시험 성적은 별로 좋지 않았다는데 그래도 모이어에게 보낸 편지에 "망쳤다"고 쓴 윌리엄 체이스 총장보다는 낫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자동차, 요리, 에티켓에 관한 질문을 좋아한다는 모이어는 요즘 젊은이들은 컴퓨터에는 강하지만, 예술에는 아주 약하고, 성경에 관해서는 깜깜무소식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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