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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ABC-TV의 ‘나이트라인’은 심층 취재 프로그램의 원조다. 1979년 이란 인질 사태를 커버하면서 태어난 이 프로는 20여 년이 지금까지 권위 있는 뉴스원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얼마 전 ABC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데이빗 레터맨 쇼로 바꾸려 했다가 각계의 거센 반발로 취소한 일도 있다.
‘나이트라인’이 지난주부터 탈북자 실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내보내 주목을 끌고 있다. 미주 한인 김정은씨가 제작, 존스 합킨스 대학이 매년 수여하는 SAIS상 2000년 수상작품이기도 한 이 다큐멘터리는 국경을 넘어와 산 속에서 토굴을 파고 토끼를 잡아먹으며 살고 있는 김간수씨 일가족을 비롯, 중국 내 탈북자들의 비참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탈북 여성들이 도처에서 성 노예로 팔려 짐승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 내부 실정은 더 끔찍하다. 얼마 전 인육으로 순대를 만들어 팔던 북한 주민들이 공개 처형을 당했다는 것이다. 한 탈북자는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무거운 것이지만 오죽 했으면 그랬겠느냐”고 말했다.
나이트라인 측은 3차례 프로가 나간 후 “어떻게 하면 이들을 도울 수 있느냐”는 전화와 e메일이 폭주하고 있다며 이처럼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은 프로가 생긴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나이트라인은 속보를 계속 내보낼 계획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주 탈북자들의 입을 통해 북한 강제 수용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무자비한 영아 살해 실태를 폭로했다. 수감 중 태어난 아기를 죽이는 것은 북한의 오랜 관행이지만 얼마 전까지는 그 수가 적었다. 그러던 것이 잡혀온 탈북 여성 수가 늘면서 살해되는 영아 수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플래스틱을 뒤집어 씌워 질식사시키거나 수용소 주재 의사들이 두개골을 가위로 부수고 영아의 목을 밟아 죽이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이다. 2000년 3월에서 5월 사이에만 8,000명의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송환됐는데 그 중 70%가 여성이며 1/3이 임신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 하원은 11일 중국 정부에 탈북자의 북한 송환을 중단하고 탈북자들을 돕다 억류된 천기원 전도사를 석방하며 북한으로 납치된 미주 한인 김동식 목사의 행방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406대 0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처럼 미국 조야의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작 이들과 한 핏줄인 미주 한인들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16강 진출도 좋지만 월드컵과 탈북자 돕기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과연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인지 한번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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