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내장돼 있는 집속탄(cluster bomb)은 목표 상공에서 폭발하면서 자폭탄을 쏟아내 광범위한 지역을 가격한다. 볼탄(ball bomb)이나 파인애플탄이 바로 산탄형 집속탄의 대표 주자다. 월남전 때 각광을 받았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습할 때 애용하던 레이저 유도폭탄은 탄두에 장착된 TV카메라나 적외선 감지장치를 이용해 목표물을 여지없이 파괴시킨다.
전략공격용으로 쓰이는 메가톤급 수소폭탄과 이보다 파괴력이 약한 전술 핵폭탄이 있다. 이밖에 도시공격용인 소이탄, 독개스탄, 세균탄 등도 사람 목숨을 빼앗는다. 철갑탄은 토치카나 철근 콘크리트 건물 등 단단한 구조물을 꿰뚫고 들어간 뒤 폭발해 소기의 목적을 이룬다.
기존의 폭탄과 차별화를 한다며 등장한 것이 소위 클린탄(clean bomb)으로 불린 중성자탄이다. 투과력이 강한 방사선을 사용해 건물을 그대로 둔 채 사람과 동물만을 죽게 한다. 폭발하더라도 핵 오염물질이 미미해 ‘깨끗한 폭탄’이란 별명이 붙었다.
폭탄은 19세기 러시아의 한 화학자가 암살목적으로 발명한 것이 시초로 알려지고 있으나, 공식화한 것은 1876년 이탈리아의 오르시니가 다이나마이트를 장전한 수류탄을 만들어 나폴레옹 3세에게 투척한 것이 계기였다. 2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폭탄은 대형화하고 정교화해 인명살상 효과를 높이고 있다. 폭탄은 그 종류와 효과가 다르고, 사용 동기와 목적이 달라도 결과는 인명살상과 환경파괴다.
요즘 ‘더러운 폭탄’을 이용한 방사능 테러 음모설로 미국이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일각에선 미국시민 용의자가 구금과 관련해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지적과 부시 행정부가 테러관련 정보를 사전에 보고 받고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자 ‘더러운 폭탄’ 테러의혹을 국면전환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어찌됐든 ‘더러운 폭탄’이란 표현 자체도 문제다.
‘더러운 폭탄’이라면 ‘더럽지 않은 폭탄’도 있음을 의미한다. ‘깨끗한 폭탄’이나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런 폭탄’ 말이다. 방사능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고 병든다는 것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결과를 익히 알고 있는 터라 재론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폭탄은 기본적으로 그 목적이 동일하고, 그 피해자들에겐 똑같이 가공할 ‘더러운 무기’다.
‘더러운 폭탄’을 부각시킴으로써 나머지 폭탄들이 신사적인 또는 감수할 만한, 그래서 필요하다 싶으면 별 양심의 가책 없이 사용해도 좋은 무기로 인식될까 우려된다. 세계 곳곳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지고 있고 새로운 분쟁위험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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