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이정아씨(42)가 ‘카페 여주인’이 됐다.
지난 달 친구와 함께 파트너십으로 윌셔와 윌턴의 아라도몰 내 ‘데이지 커피샵’을 인수한 이씨는 요즘 커피 뽑고, 주스 짜고, 샌드위치 만드느라 즐거운 노동으로 콧바람을 내고 있다.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친구 이양미씨는 여중고, 대학까지 같이 다닌 동창으로 막역한 사이. "남편들 돈 타서 쓰지 말고 우리가 벌어서 쓰자"고 의기투합해 문을 열었으나 아직은 벌기보다 집어넣기 바쁘다며 웃는다.
두 사람 모두 한인사회 곳곳에 얼굴을 비치며 활동해온 ‘조용한 마당발’들이라 아직 오픈하우스도 안 했는데 소문 듣고 찾아오는 지인들로 썰렁했던 커피샵이 활기를 띠고 있다. 푸짐하고 맛있기로 유명한 빙수와, 가정과 나온 이정아씨가 전공 살려 만드는 투나 샌드위치 맛이 일품이라고 벌써 소문나 점심시간이면 제법 바빠지는 편. 각종 스무디와 보바도 매상을 올려주는 메뉴라고 자랑한다.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처음엔 카페 하나 하는 게 뭐 대단히 멋진 일 같아서 남편에게 떼를 써가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중노동이더군요. 사실 카페 여주인이 멋있어 보이는 것은 꽃집 여주인이 우아하게 느껴지는 환상과 비슷하죠. 올린 머리에 우아한 미소를 띠고 앉아 있는 마담이 아니고 청소, 설거지 등 궂은 일은 도맡아놓고 해야 하는 신세랍니다"
이정아씨는 선량한 성품과 타고난 유머 센스로 문인들 사이에 사랑 받는 일꾼인데다 이양미씨는 음악, 미술, 패션에 고루 조예가 깊은 화가여서 아무래도 ‘데이지’는 앞으로 한인 문화예술인들의 공간이 될 전망이다.
그러잖아도 딱히 모일 데 없는 LA 문인들에게 ‘데이지’가 부담 없는 사랑방이 되기를 소망하는 이씨는 카페에 책과 잡지들을 좀 갖다 놓았는데 시간 때우러 들르는 손님들이 좋아한다며 앞으로 읽을거리를 더 늘일 계획. 이씨는 매주 월, 수, 금요일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거의 하루종일 카페를 지키며 그 ‘푸근하고 넉넉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경기여고, 이화여대 가정과를 나온 이정아씨는 85년 도미, 텍사스에서 남편 공부를 뒷바라지 하다가 88년 LA로 옮겨왔으며 남편의 토목회사 운영을 돕고 있다. 89년 교민 백일장에서 장원, 92년 한국 수필로 등단했으며 현재 크리스천 문인협회 사무국장, 국제 펜클럽 회원, 본보 칼럼니스트로 좋은 작품들을 왕성하게 발표하고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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