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래서 그랬구나." 딱딱한 정통파 해설에 싫증난 몇몇 축구 팬이 심심풀이 역술로 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준결승전을 요모조모 뜯어보고 이리저리 뒤집어 본 뒤 얻은 ‘작은 깨달음’이다.
"준결승이 열린 날이 알고 보니 6월25일이었다. 한국 역사상 최대 빅 게임을 민족 최대 비극의 날에 치르게 함으로써 그 아픔을 상기하라는 하늘의 뜻 아니냐"는 궤변을 내놓는다. 축제 분위기에 너무 들뜬 나머지 잊어선 안될 일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각성시켰다는 것이다.
"독일이 전쟁으로 양분됐고 우리도 한국전으로 허리가 잘렸지만, 동서독은 12년 전 통일됐는데도 남북한은 아직도 으르렁되고 있으니 민족의 숙원을 풀기 위해 심기일전하라는 것 같다." 어렵사리 통일을 이뤄낸 독일과 한판 승부를 벌이면서 우리도 그들처럼 반드시 통일을 일궈내야 한다는 대명제를 새삼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결승 진출 기대는 조금 지나쳤다"는 게 중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준결승에서 통일 독일과 맞붙게 된 것은 독일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풀이다.
"한국팀은 결승티켓을 놓쳤다. 고지를 눈앞에 두고 쓰러졌으니 역대 다른 팀들이 그랬듯이 우리도 당연히 분통터져 했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온 국민은 낙담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화합된 마음을 이어가자고 외쳐대고 있다. 무언가 중차대한 소임이 남아 있는 민족의 결연함을 보이고 있다." 북녘과 남녘의 동포가 한 조국에서 살 수 있는 날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자세라는 것이다.
"독일에게 안타깝게 1대0 한 골 차로 졌다. 이는 두 골이나 세 골 차이로 진 것과 그 상징성이 다르다. 또 한 골 차도 2대1이나 3대2로 졌을 때와 같지 않다. 우리는 아무 것도 성취하지 못했고 독일은 무엇을 해냈다는 상징성이 이번 게임에 담겨 있다고 본다." ‘1’은 하나이며 ‘하나’는 일체를 말한다. 2개로 쪼개졌던 독일이 다시 하나가 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여전히 둘로 갈라져 있으니 일체화란 측면에서 지난 수십 년을 허송했다는 얘기다. 그러니 깊이 자성하라는 따끔한 일침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아마추어 역술인들은 "독일과 준결승에서 자웅을 가리게 된 것이나 우리가 1대0으로 진 것은 모두 예정된 일"이라고 마무리짓는다. 하늘도 분단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한다는 얘기다. 재미로 토해 내는 궤변이지만, 독일과의 일전을 계기로 민족통일에 더욱 관심을 갖고 힘을 모으자는 취지라면 분명 덕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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