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은 각각 맡은 일을 끝내면 다음 절기와 교대하게 된다.” “성공 밑에는 오래 머물지 말라.” 나아가는 것만 알고 돌아 설줄 모르는 사람들을 비유해 한 말이다.
물러날 때를 안다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일생에 큰 공을 세우지 못했지만 물러날 때를 알고 물러서면 명사(名士)라고 할 수 있다-. 이 말도 그래서 나온 것 같다.
영국의 해롤드 윌슨 총리는 60년대 노동당 전성기를 이룩한 정치인이다. 노동당 정권을 이끌기 6년. 윌슨은 어느날 돌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사람들은 깜작 놀랐다. 인기 절정기에 사임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아직도 당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주변에서 사임을 말렸다. 그의 대답은 그러나 간단했다. “나는 그토록 영국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윌슨은 초연히 권좌를 떠났다. 이 윌슨은 오늘날에도 전후 영국을 이끈 최고 인기 총리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21세기를 맞아 하버드대학은 새로운 리더십을 영입할 때가 됐다. 새로운 기술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하버드는 필요로 하고 있다.” 전 당시 하버드 대학 총장 닐 루덴스타인의 사임사다.
그는 하버드 대학의 중흥을 가져온 명 총장이라는 성가를 한 몸에 받고 있을 때 이같은 사임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그가 총장으로 재직시 하버드는 양과 질에서 한차례의 비약기를 맞이했다. 91년 취임초 47억여 달러로 평가되던 대학의 재산이 사임을 발표한 2000년에는 150여억 달러로 늘어났다.
다문화시대 하버드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도 루덴스타인 총장의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도 들었다.
이런 그인데 사임의 변은 극히 간단명료했다. 자신의 때와 자신의 소임은 끝났으니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히딩크가 떠났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진출을 뒤로하고 그는 표연히 떠난 것이다.
그는 ‘신화’를 남겼다. 히딩크 리더십이니 히딩크식 경영방침이니 하는 게 바로 그 신화의 편린들. 이런 그가 미련없이 한국을 떠났다.
히딩크 신화는 그러나 그가 떠남으로써 완결됐다는 생각이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남긴 채 떠나서 하는 말이다.
‘물러설 때를 알고 물러 선다’-. 한국의 정치인들도 이 철리(哲理)를 조금이나마 터득했으면 좋겠는데….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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