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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희 편집위원>
옛날 중국에서는 자식을 얻는 기쁨을 농장지희(弄璋之喜)와 농와지희(弄瓦之喜)라는 말로 표현했다. 전자는 아들을 낳은 기쁨을 이르는 말로 ‘장(璋)’은 사내아이의 장난감인 ‘구슬’을 뜻한다. 후자의 ‘와(瓦)’는 계집아이가 가지고 노는 ‘실패’라는 뜻으로, 딸을 낳은 기쁨을 이른다. 딸이 태어나면 실패를 노리개로 쥐어주는 풍습에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이 문구는 본래 시경 소아편에서 유래되었는데 앞 뒤 문맥을 보면 ‘딸을 낳아 기쁘다’ 보다는 ‘딸도 괜찮다’식의 체념의 분위기가 짙다고 한다. 딸을 낳는 것은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일이니 딸이 태어났으면 집안살림이나 가르치면 된다는 것이다.
대학 캠퍼스마다 여학생이 넘치고, “조만간 남성이 소수가 되는 게 아닌가” 싶게 전문직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이 맹렬한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여간 심한 남존여비가 아니다.
딸이라고 해서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는데 차별을 두는 가정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딸이어서 더 가려 먹이고 곱게 입히고 싶은 것이 보통 부모들의 심정이다. 듬직한 맛은 있을 지 몰라도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아들에 비해 알콩달콩 잔재미를 주는 것이 딸이고, 성인이 되고 난 후 부모심정 헤아려 주는 것도 단연 딸이다.
최소한 양육과정에서는 성차별이 없어졌다고 할수 있는데 웬일인지 출생과정에서의 차별은 없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며칠전 한국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0년 기준, 14세 이하 여아의 인구가 5년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드는 이변이 일어났다. 여자 100명당 남자 수를 나타내는 성비는 그사이 110에서 111.8로 높아졌다. 집집마다 태어났다 하면 아들이고 딸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이런 기현상이 자연적으로 일어날수는 없다.
자연상태에서 출생시 남녀성비는 105-106이다. 남성의 수태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성은 성장중 사망률이 높고 여성은 생존력이 강해서 결혼적령기쯤 되면 남녀 비율이 1대1로 균형을 잡는 것이 자연의 질서이다.
이런 자연의 섭리가 한국에서 여지없이 파괴되고 있다. 자녀를 많아야 둘 낳는 저출산 추세가 남아선호관을 오히려 자극하면서 태아성감별법을 통한 인공유산이 만연돼 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는 태아가 연간 수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의 사회현상은 미주한인사회에 거울처럼 반영되니 문제이다. 2000년 미국에 이민온 한인인구를 보면 10세 미만 성비가 5대4 정도로 남자가 현저히 많다.
심한 성비 불균형은 사회적 불안정의 근원이 된다. 2010년쯤 되면 신붓감 부족으로 한국사회가 일대 난리를 겪을 게 뻔하다. 혈통을 잇는 것도 좋지만 모든게 도가 지나치면 화로 되돌아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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