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목소리의 높낮음보다 그 내용이 더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대화 때마다‘돼지 목따는 소리’로 무조건 언성부터 높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가 옳고 고함을 질러대는 상대방이 그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끝까지 논리 정연하게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사람도 있다.
상대방이 알아들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사실을 오해하는 것도 자유’라고 믿고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
영어가 외국어인 이민 1세들이 영어를 완벽히 구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힘들다는 것은 체험에서 터득한다.
초기에는 발음 연습을 거듭하며 비관도 해봤지만 낮은 코를 높이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부터는 문법과 내용에만 충실하기로 맘먹었다.
텅 빈 내용에다 문법도 엉망이면 발음을 아무리 미국 사람들처럼 하더라도 업신여김을 받기가 십상이지만, 좋은 내용을 문법에 맞게 얘기하면 발음이 다소 서툴더라도 존경의 대상이 된다.
많은 경우 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인 전달 방법이 더 중요한 것 같
다. 같은 내용의 메모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양지차이다. 나는 잘 다듬어진 메모는 두 번씩 읽지만 초점 없이 횡설수설한 메모는 잃다가 내던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같은 내용이라도 얘기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 파장효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 누구 입을 통해 나왔는지에 따라서 시시한 말이라도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가 하면 좋은 내용이라도 말하는 사람이 시원치 못하면 그 의미가 반감되고 만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최근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운틴 휘트니(Mt. Whitney) 고교를 방문, 사회의 문을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참고가 될 조언들을 들려주었다. 말한 사람이 세계 최고 갑부이자 자수성가의 대명사 같은 그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부모나 교사로부터 항상 들어온 같은 말이라도 신선하고 의미 깊게 들렸을 법하다. 또, 모르긴 해도, 게이츠는 이 충고를 고함이 아닌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줬을 듯 하다. 한인사회의 2세들과 그 부모들이 참고하도록 게이츠의 충고를 요약해 본다.
1. 인생이란 원래 공평하지 못하다. 그런 현실에 대하여 불평할 생각 말고 받아들여라.
2. 세상은 네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세상은 네가 자만하기에 앞서 무엇인가를 성취해서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3. 대학교육을 받지 않고 연봉 4만달러를 받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말라.
4. 선생님이 까다롭다고 생각되면 사회에 나와서 직장 상사의 진짜 까다로운 맛을 한번 봐라.
5. 햄버거 가게서 일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 말라. 너희 할아버지는 그 일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6. 네 인생을 네가 망치고 있으면서 부모 탓을 하지 마라. 불평만 일삼을 것이 아니라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라.
7. 학교는 승자와 패자를 뚜렷이 가리지 않을 지 모른다. 어떤 학교는 낙제점수 제도를 아예 없애고 쉽게 가르친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사회 현실은 전혀 이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라.
8. 인생은 학기처럼 구분돼 있지도 않고 여름방학이란 것은 아예 있지도 않다. 네가 스스로 알아서 하지 않으면 직장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9. TV는 현실이 아니다. 커피를 마셨으면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10. 공부밖에 모르는‘바보’에게 잘 보여라. 사회에 나온 뒤 아마 그‘바보’밑에서 일하게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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