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장상 총리서리 관련 기사다.
"장상씨 3차례 위장전입 의혹" "장상씨 위장전입 아파트 투기의혹" "장상 서리 3차례 위장전입" 신문의 제목들이 거의 같다.
장상씨가 3곳의 아파트에 실제 거주는 하지 않으면서 주민등록만 이전하는 위장전입을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짙다는 이야기다.
기사 내용으로 보면 이건 마치 부동산 투기전문 복부인을 총리로 내정해 난리가 난 것 같다. 안쓰럽다. 딱하게도 느껴진다.
안쓰럽다는 건 장상씨가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서리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역사성’하고는 너무 동떨어진 청문회 분위기다. 땅 투기 진상조사 청문회라고 해야 할 판이다.
장상씨의 대답도 매끄럽지 못하다. 위장전입 사실을 그제야 ‘처음 알았다’고 하다가 ‘시어머니가 그렇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어물어물 피해가려는 인상이다.
얼마나 당황했으면 장상씨 스스로가 아프지 않은 질문이 하나도 없다고 실토했을까. 그래서 안쓰럽다는 것이다.
딱하다는 건 장상씨의 ‘출신’ 때문이다. 최소한 진리의 편에 서는 척이라도 해야 되는 게 학자다. 교육자다. 명문 사립대 총장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청문회 첫날의 공방은 그런데 온통 위장전입에 맞춰졌다. 그리고 당사자인 장상씨는 거짓말에 가까운 두루뭉수리식 모르쇠 답변으로 넘기려 했다. 그래서 딱하다는 말이다.
차라리 학자 장상씨의 저서가 문제가 됐으면 어땠을까. 가령 장상씨가 저서를 통해 피력한 역사관이, 혹은 이데올로기에 시비가 걸리는, 뭐 이런 수준은 되었어야 학자 출신 총리 인사청문회 답지 않았을까.
한 사회와 국가는 ‘건전한 우상’을 필요로 한다. 대중과 스스로 거리를 둠으로써 대중의 존경을 받는 그 우상은 바로 국가사회를 정화하고 지탱시켜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 버팀목이 학자다. 성직자다. 이 마지막 보루에서 균열이 발견될 때 그 사회는 위기를 맞고 있다는 신호다.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 인사청문회는 이래서 또 한차례 실망감만, 아니 허탈감만 안겨 주었다. 그리고 이런 진부한 질문만 남기고 있다. ‘총리가 뭐길래 저 망신을 하고도…’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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