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은 묵은 것 같은 한인 TV방송의 광고들이 시청자를 질리게 하고 있다.
이제는 없어진 식당이 버젓이 쌀 광고에 등장해 시청자에게 “유령식당 나왔다”는 비아냥을 받기도 한다. “어디서 영어를 배우니 참 좋아요”라는 모 학원 광고는 “출연자들이 학교 졸업하고, 다 시집가서, 이제 애들 학원 보낼 나이는 됐겠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이런 광고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의문스러워 한다. 시청자를 무시하고, 타운 광고의 질을 낮추는 처사라고 분개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청자들은 매일 반복되는 오래된 TV 광고에 이제 노골적으로 질려가고 있는 것이다.
곧 방영을 마칠 예정이라고 하지만 10년이 넘은 한의원 광고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84년경 제작됐다는 이 광고에 출연했던 꼬마는 물론 이제는 다 큰 어른이 됐다.
KTAN에서 광고 편집작업을 하는 구교연씨는 "오래된 광고를 편집하고 있다 보면 과연 저 광고가 비즈니스에 플러스 요인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의아해 한다.
광고도 뉴스
원인은 광고도 정보를 전달하는 기사이자 뉴스란 기본을 망각한 데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많다. 방송전파는 공공 재산이기 때문에 공익성을 준수해야 한다는 거창한 방송원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소비자인 시청자들을 생각한다면 서비스 정신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광고회사 오렌지 애드의 엄경화 실장은 "광고주 입장에서는 효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또 전화 샤핑을 통해 광고 제작가를 낮추도록 유도하면서 자연히 볼만한 광고 제작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길만한 제작비를 갖고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광고를 보기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라는 것이다. 또 자영업자들이 광고주이다 보니 한 편 제작에 최소 몇 천 달러가 드는 광고를 자주 교체한다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
질리게 하는 것도 전략
그러나 오래된 광고의 효과가 좋지 않다고 단언할 수만은 없다. 팬컴의 김영민 사장은 "큰 테마를 장기간 갖고 가면서 약간의 변화만을 주는 광고가 때론 더 큰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 "장시간 반복된 동일한 화면의 노출이 비즈니스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줬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사장은 또 "짜증이 날 정도로 촌스런 광고가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자극해 마음속 깊이 각인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년 이상 같은 광고로 방송을 내보낸 길태승 한의원장은 "병원은 이미지 광고지 상품판매가 아니니까 광고 교체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그동안 내보낸 광고가 병원을 알리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지속되는 같은 광고에 무감각해진 시청자. 한 광고만으로 수년을 버티는 광고주. 한인경제의 특성과 조악한 광고제작 환경. 이 모든 요소들이 TV광고를 쳇바퀴 돌 듯 만들고 있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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