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이제 한국인들에게 아주 친숙한 나라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의 공로로 한국인에게 네덜란드는 리더십의 표본에, 선진과 합리의 대명사라도 된 것 같다.
네덜란드는 그러나 8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의 낙제생이었다. 심각한 재정적자와 실업난, 노사갈등이 네덜란드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것. 네덜란드가 그런데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전 세계에서 톱 수준 국가로 탈바꿈했다.
국가 경쟁력 평가 최상위 국가는 미국과 핀란드다. 재미있는 사실은 핀란드 주변의 나라들 대부분이 국가 경쟁력 최상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국가 경쟁력에서 1, 2위를 다투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네덜란드 같이 인구래야 수백만이 고작인 작은 나라들이 어떻게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을까.
나라마다 그렇게 될만한 강점이 있다. 그러나 공통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경제를 이끄는 정치력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정치 경쟁력은 전세계 4위다. 신뢰받는 정치권이 앞장서서 실업난과 노사갈등 등 문제를 해결, 국가 경쟁력을 세계 상위로 끌려 올린 것이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세계 경제포럼의 2002년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장 경쟁력은 75개국 중 23위다. 꽤 괜찮은 랭킹이라고.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
한국의 정치 경쟁력은 52위다. 중국보다도 떨어진다. 아르헨티나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거기다가 부패지수는 51위다. 역시 아르헨티나보다 약간 상위에 랭크돼 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 신뢰도의 가장 중요 요소는 효율성이 아니다. 품위다. 정치적 파워의 원천은 도덕성이라는 말이다.
‘도둑놈’ 말은 믿으면서 ‘도둑놈’ 말을 부인하는 대통령 후보의 말은 왜 믿지 않느냐-. 한 한국 야당 정치인의 푸념이다. 확산 일로의 ‘병풍’(兵風)과 관련해 나온 국내 보도다.
병역비리 전과 6범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폭로하고 나선다. 그 폭로에 발끈,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후보직을 걸고 정면 부인에 나섰다. 또 다른 증인이 나선다. 역시 전과자다.
정치인의 말은 아예 씨가 먹히지도 않는다. 전과자의 말이 더 신빙성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전과범의 입에 대통령 후보의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판이다.
이쯤 되면 품위를 운운하는 게 정신병자 같은 이야기다. 이게 한국의 정치 현실이다. 2003년 한국의 정치 경쟁력은 어떻게 평가될까. 글세….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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