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한인타운에 어둠이 내리면서 6가의 밤도 꿈틀거린다. 낮 시간 화이트칼라로 붐비던 샤핑몰들은 어느 덧 세련된 옷차림의 청춘들로 메워진다. 대부분 1.5세와 2세. 하지만 이들은 6가의 밤 상권을 지배한다. 채프만 플라자, 알렉산드리아 몰, 켄모어 플라자, 웨스턴/6가 플라자 등 식당, 카페, 편의점, 노래방, 당구장이 몰려있는 곳은 이들이 몰고 온 고급 차들로 초저녁부터 번잡하다.
저녁 7시30분 켄모어 플라자주차장에서 발레파킹한 차를 기다리고 있던 저스틴 최(21·부에나팍)군은 한 달에 두세 번 꼴이지만 한인타운에 올 때마다 6가를 찾는다.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업소들이 한 곳에 밀집돼 있는 데다 또래의 예쁜 여자들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번 나올 때마다 저녁 값과 커피 값으로 최군이 쓰는 돈은 20달러 정도지만 식사에 술 한잔을 걸치면 ‘미터기’는 금새 40달러까지 쑥 올라간단다.
옆에 서 있던 친구 헨리 조(22·로랜하이츠)군이 한마디 거든다. “돈을 좀 쓰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솔직히 LA의 어디를 가봐도 6가 만큼 우리가 마음 편하게 놀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저녁 9시께 채프만 플라자 내 ‘보헤미안’에서 맥주 한 잔을 걸치고 있던 USC 치대 인턴 케빈 김(31)씨와 정신우(27)씨.
이들은 6가의 밤 세계에선 나이가 조금 든 편에 속하지만 생각에는 그들과 다름이 없다. “집 주변엔 한국식 맥주집도 없고. 교통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일단 6가에 오면 한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 좋아요. 10대들과 세대차이는 느껴지지만....”
밤 10시가 다가오면 6가의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는다. 늦은 시간이지만 주차장마다 차 세울 데가 없다. 채프만 플라자의 경우 더블파킹 할 데 마저 없으면 옆 건물 주차장을 빌려쓴다.
‘토방’, ‘인터크루’ ‘앤틱’ 등 젊은 업소들은 이 시간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 때가 많다. 발레파킹 일을 하는 직원들은 손님이 한꺼번에 밀려들거나 빠져나갈 때면 담배 한 대 필 여유조차 없다. 하지만 밤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이들에게도 6가는 매력적이다.
발레파킹 직원인 몽고계 바티 바이애도르(23)는 “한인 젊은이들의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이 무척 세련됐고 좋은 차를 몰고 다니는 어린 학생들이 많은 게 무척 인상적”이라며 “밤 12시쯤 일이 끝나면 종종 동료들과 근처 맥주집에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웨스턴 교차로 쪽은 노래방과 나이트클럽에 놀러 가는 들뜬 젊은이들이 눈에 띈다. 웨스턴/6가 플라자에서 새어나오는 네온 빛 주변으로 ‘ZZYZX’‘라이브시티 4001’‘벨파레’등 나이트클럽들의 영업은 피크를 맞게 된다. 손님들은 30∼40대도 간간이 있지만 거의 대부분 20대였다.
밤 12시가 지나도 6가는 불야성이다. 늦은 밤 출출한 배를 채우려는 손님들로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들은 하루 영업을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다.
‘알배네’ 식당이 있는 알렉산드리아 몰은 밤에도 낮처럼 훤하다. 새벽 3시가 돼도 이 업소에는 얼큰한 짬뽕을 주문하는 배달전화가 계속된다.
식당 안에는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에서 에너지를 쏟고 온 젊은이들이 허기를 채우고 있다. 그 사이로 집시 복장을 한 백인 아티스트들과 일본, 중국계 손님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알배네’ 이현단 사장은 월드컵 합동응원의 감동을 오래 동안 기억하기 위해 조만간 월드컵 사진들로 업소내부를 도배할 계획. 그의 계획은 6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종만큼이나 다양한 고객 층을 개성 있는 분위기로 흡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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