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주간은 스탠포드 학생들 15명과 서울대에서 세미나를 하며 보냈다.
9월2일부터 ‘글로발시대의 코리아’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스탠포드 학생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UC계열대학은 연세대 이화여대등 한국의 대학과 교환협정을 맺고 매년 학생들을 한국에 보낸다. 반면 스탠포드에는 이러한 교환프로그램이 없어 그간 학생들이 한국에 가서 한국을 보고 배우고 한국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다행히도 올해부터 학부교육 강화의 일환으로학생들을 서울, 북경, 모스코바, 루벤등으로 보내 해외 세미나를 열고 있다.
특히 학교측에서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기 때문에 학생들로서는 외국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서울대학의 강의실과 숙소를 빌려 진행된 이번 세미나는 오전에 3시간 동안은 세미나를 진행하고 오후엔 필드 트립을 통해 한국의 여러 모습을 체험했다. 세미나시간엔 미리 나눠준 논문들을 읽는 것 이외에도 참여연대 박원순 변호사 여성의 전화 신혜수 박사등 현장에서 뛰는 분들을 초청해 한국에 관한 강의를 듣고 토론을 했다.
또 필드트립 시간에는 삼성전자에 가서 스탠포드 동문이자 CEO로 있는 진대제 사장과 한국기업의 글로발 경영에 대해 토론을 했고, 국회에 들려선 정동영 이부영 의원과 2시간에 가까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여연대를 방문해선 한국 시민사회운동에 관한 토론을 진행했고, 난타공연 관람도 하고 비무장지대도 가고 도라산 역에도 들렸다.
오후 자유시간엔 서울대 학생들과 그룹을 만들어서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역시 젊은학생들이라 그런지 언어나 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금방 가까워 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인사동에서부터 경복궁 동대문시장은 물론 홍대입구나 신촌까지 함께 다니며 신이 나 있는 모습이었다.
세미나가 끝날 무렵엔 스탠포드 동창회에서 마련한 한정식 만찬을 통해 한국의 음식 솜씨를 한 껏 맛 보기도 했고, 한국인이 즐겨한다는 폭탄주를 만들어 시식해 보기도 했다. 한국에 처음 온 학생들도 많았지만 대부분 한국에서의 첫 경험이 즐거운 듯이 보였다.
이번 세미나를 위해 서울로 오면서 정말 세계는 가까워 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처럼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 미국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미국학생들을 데리고 다시 한국으로와서 한국의 대학에서 영어로 한국에 관한 세미나를 하니 말이다.
20년전 내가 시애틀로 유학을 떠날 때 이런일이 있을 것을 어디 상상이나 했겠는가.
솔직히 나로서는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좀 고단한 일이다. 매일 3시간씩 세미나를 진행해야 하고 필드트립도 함께 가야 하고, 혹 학생중에 아프거나 사고가 나지 않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스탠포드 학생들에게 한국을 알려주고 또 한국에 대한 애정을 심어줄 수 있는 일이기에 보람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세미나 마지막 3일간 학생들이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짧은 시간에 한국을 많이 경험한 것 같아 흐뭇했다.
세미나를 마치면서 학생들과 서울대 관계자들이 묻는다. 내년에도 또 서울에 와서 세미나를 할 계획이냐고. 마음 한구석엔 말성여 진다. 심신이 피곤하기도 하고 미국에 있는 가족 특히 아내에겐 집을 오래 비우는 것이 미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미나의 경험이 20대 초반인 이들 학생들의 마음 한구석에 한국에 대한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아 이들이 장차 각 분야의 지도자로 성장했을 때 한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내년에 또 오겠다고 그리고 좀 더 알찬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겠노라는 약속을 하면서 샌프란시스코 비행기에 올랐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사회학/국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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